노동운동자료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정경원 (노동자역사 한내 사무처장) 한내는 출범 당시 종잣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사무실 보증금, 모빌랙 설치 그리고 웹기반 자료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지금은 한내웹이라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노동운동 자료 통합관리를 구상한 것은 오래전이었다. 성수동에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이 있을 때였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를 만든다며 준비팀 측에서 간담회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전태일기념사업회,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영등포산업선교회 그리고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이 간담회 참가 대상이었다. 민주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려고 하니 그동안 자료를 관리해온 단체들이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지 얘기해보자는 것이었다. 참여 단체들은 기록물은 각 조직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므로 ‘수집’ 보다는 ‘공유’ 방식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기록물을 사회화하는 데는 공감하고 있으니 기념사업회는 통합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각 단체에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적잖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체들이 할 수는 없으니 솔루션을 개발하여 제공해 달라는 요구였다. 간담회는 한 번으로 끝났다. 답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수집 예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의 토론회가 몇 년 뒤 한 번 더 열렸다. 김금수를 필두로 노동자료관을 만들겠다는 시도가 있을 때였다. 하지만 이때도 각국의 노동자료관 시찰 결과만 발표했을 뿐 일은 진척되지 못했다. 국가 예산이 투여되는 일이라 수집 성과에 중심을 두니 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내는 노동운동 자료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아 한내 초기 사업으로 삼았다. 87년 이후 민주노동운동의 기록을 수집, 전산화,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단체들이 자료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이를 관리할 여력은 없다보니 자료가 소실되는 일이 빈번했다. 전국의 어디서든 어느 노조나 단체든 자료를 생산해 등록하고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노동조합이 자료정리와 보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한다는 방향성도 세웠다. 노동자역사 한내가 이런 사업을 구상한 데는 ‘인터넷 전노협백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 해고자들과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울산에 만들어진 리소는 전노협백서를 전산화하여 웹에 구축했다. 6개월 이상 십수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아 사비를 털어 밥을 사주며 작업했다고 한다. 진일주, 이승용 등 울산의 활동가들과 전노협백서 팀장 김종배의 작품이었다. 노동운동 자료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희망은 있었으나 자금과 인력이 필요해 고심하던 차 기와소프트를 만났다. 기록관리학 전공자들이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자료를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료정리 시스템 설계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들과 한내가 연결되어 온라인 기반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다. 완벽한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최초로 노동자료를 관리할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지금은 두 번의 새로고침을 통해 한내웹으로 운영 중이다. 한내 자료를 등록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노조가 한내웹을 이용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한내웹을 소개하고 옛자료를 등록하자고 제안하는데, 가끔 “누가 들어와서 보겠는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한내웹 이용 빈도는 낮다. 그럼에도 재정을 투여하며 한내웹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 투쟁의 역사를 담은 기록을 지키는 일 또한 자본과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