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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건강 ⑨
어떻게 살아야 건강한가?
이승원 (노동자역사 한내 사무처장)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쓰고 몸살림운동을 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 있다. 이런 거 하면 오래 사느냐? 는 것이고, 먹는 것과 건강운동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는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노력과 운동을 하는 것은 건강하게 살다가 고생하지 않고 죽기 위해서이지 오래 살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남들 사는 만큼은 살고 싶은 것이 당연한 욕심일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건강할 때 열심히 살다가 기력이 쇠하고 병들면 병원과 약에 의지하여 생을 연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심지어는 중환자실의 의료 기구에 생을 맡기고 자신 뿐 아니라 가족들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한국사회는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이 경제소득이 늘어나고 현대의학이 발달한 덕분이라고 자랑들을 하지만, 자살률은 높아지고, 출산율은 바닥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사회복지는 비슷한 경제수준의 국가들에 비해 형편없이 낮아 수명 연장에 따른 노인인구의 증가가 사회 전체의 위기로 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심지어 현대자본주의의 폐해는 정신질환의 증가, 묻지마 살인 등 사회안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건강하게 살다가 편하게 죽는 것’_ 이 사회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만약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죽지 않고 산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전 우주적인 자원을 개발하고 영토의 확장을 통해 살아갈 길을 찾을지는 몰라도 현재의 추세대로 라면 끔찍한 세상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 살아야 인간이 만족할 수 있을까? 정답을 제시할 수도 없고 스스로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사실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리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지, 평균 수명을 상회하는 나이에 불치병이 걸려 죽을 시기가 예고되었다면 과연 불행할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마감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질문인 먹는 것이 중요한가? 운동이 중요한가? 라는 질문에는 둘 다 중요하다고 답하고 싶다. 인간은 먹어야 살고, 또한 움직여야 살기 때문이다. 물론 먹어야 살기 때문에 먹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논하기 때문에 두 가지가 다 중요하다.
내과, 외과, 소아과 등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있지만 인간의 수명 연장을 위해 가장 기여한 의사는 누구일까?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치과의사일 것이다. 인간이 영구치가 다 빠져도 의치를 넣어 음식물을 씹고 섭취할 수 있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음식으로의 영양 섭취가 인간이 가장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고루 잘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이 세상의 모든 음식을 골고루 다 먹을 수는 없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 섭취해야 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예는 현미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곡류의 섭취량이 줄어들었지만 과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었고, 곡류의 섭취량이 대단히 컸다. 많이 먹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밥을 보면 현미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고, 백미는 편식인 것이다. 현미에는 인체에 필요한 10대 영양소가 필요량만큼 모두 들어있다. 반면에 백미는 10대 영양소를 다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미는 입에서 넘어가기에 달콤하지는 않지만, 많이 먹지 않아도 영양소를 다 보충해 주는 것이다. 예전 사람들은 밥에 푸성귀만 먹어도 건강했다는 것이다. 비록 체형은 지금보다 작았다고 하지만 건강은 크게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구의료원의 황성수박사라는 신경외과 의사가 계신다. 이미 TV를 통해 많이 소개되었지만, 양의사(특히 외과)임에도 불구하고 서양 약에 대해 비판적인 분이다. 당뇨, 고혈압 등 내분비 계통의 질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환자들이 신경계에 문제가 생겨서 오면 이미 손쓰기 어려운 지경이라, 추적해 보니 대부분 당뇨, 고혈압이 진행되어서 합병증으로 오는 것인데, 서양의학에서의 당뇨, 고혈압 약은 치료제가 아니라 강제로 일시적으로 수치를 정상화 시키는 약이라는 것이다. 황박사가 치료 방법을 고민하니 내분비 계통에 이상이 온 것은 대사기능이 비정상이 된 것이라 이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현미식이었다. 그 병원에 가면 당뇨, 고혈압 약을 모두 압수하여 쓰레기통에 버리고, 계란, 우유, 유제품, 고기, 생선, 젓갈류까지 금하고 현미밥과 채소만을 먹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나도 현미식은 오래(10년 정도)전 부터 했지만, 육류를 안 먹기 시작한 것은 한 2년이 다 되어 간다. 생선류까지 끊으려고 하니 사회생활이 곤란한 것 같아 거기까지는 안하고 있는데 몸이 많이 가벼워지고, 피로감이 덜 느껴진다. 황박사는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곡식으로 생식을 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인간같이 장의 길이가 긴 것은 초식동물이라고 한다. 건강할 때는 모르지만 대사기능에 장애가 오고 나이가 들면서 노쇠해 지면 먹는 것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당히 움직여 주어야 한다. 결코 무리한 운동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적당하게 바른 자세로 하는 운동이 건강에 좋은 운동이다. 특히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 틈틈이 몸을 풀어줘서 한 가지 동작으로 인해 근육과 관절이 굳어지거나 틀어지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물론 근육이 발달되고 유연한 2-30대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는 4-50대가 되면 관절과 뼈가 그 부분의 하중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오십견도 오고 목에 아이가 업혀 있는 것 같고, 허리도 휘는 것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아침마다 체조를 하는 사업장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체조, 에어로빅 등을 하는데, 그러한 운동이 그리 인체공학적이지도 않고, 산재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평소 움직이지 않던 에어로빅을 하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산재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하니 참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인체공학적인 바른 운동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겠다.
또한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이렇게 살면 아프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나도 몸살림운동을 한 1년 했을 때, 계절마다 걸리던 감기도 안 걸리고 해서 사람들에게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참으로 우매한 짓이었다. 면역력이 증강되어 감기, 질병들이 과거 보다 덜 걸리고 건강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모두가 인간이다. 그리고 감기와 몸살은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휴식과 재충전할 기회를 준 것이다. 몸에서의 신호인 것이다. 그런데 약을 먹고 통증을 이겨가며 일을 하고 무리한다. 이런 상황이 건강에 가장 큰 적신호인 것이다. 결론적인 답변은 현대사회에서 노동시간도 자신이 스스로 조절하고 아주 잘 관리하면서 운동과 건강식을 한다면 모르겠으나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무병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현대사회는 타인에 의한 위험이 도처에 깔려있다. 스스로의 몸에 맞는 운동과 건강을 위한 먹거리에 신경 써서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그나마 건강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다음에는 자녀들의 건강에 대해 알아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