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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개발과 공업단지 그리고 노동자_양규헌(114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8-12-16 조회 686
 

경제개발과 공업단지 그리고 노동자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박정희 정권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시작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사실 장면 정부 때 이미 플랜이 거의 완성 되어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엘리트관료들이 이미 만들어진 5개년 계획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플랜에 한 가지 더 집어넣은 것은 박정희가 일제의 장교로 만주부대에 복무하면서 배운 일본군의 점령지 개발과 관리 방식이었다. 군의 엄격한 상하 조직 명령 체제에 입각해서 재빠르게 길을 내고 필요한 시설을 짓는 그 속도를 선택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공업단지 벤치마킹은, 외화벌이 목적으로 독일로 파견한 간호사, 광부 노동자와 무관하지 않다. 파독 노동자를 위로할 목적으로 독일을 방문한 위정자들 눈에 띤 것은 공장의 높은 굴뚝이었고 그 굴뚝 위로 솟아오르는 시꺼먼 연기를 감격스럽게 바라보았다고 한다. 당시 관료들이 남겼던 일기에 의하면 검은 연기에서 나오는 매연냄새가 너무 그립다고 회고하고 있다.

 

1960년대 열악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박정희 군사정권이 추진한 경공업 위주의 수출지향정책은 농촌 붕괴현상을 초래했다. 그 결과 막대한 실업과 외화 부족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광부와 간호사 등 노동력의 해외송출을 추진했다. 반면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인해 노동력 부족사태를 겪게 되었다. 많은 취업의 기회가 보장된 상황에서 독일인들은 힘든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일자리를 외면하게 되었고, 그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한국의 간호사, 광부노동자들이 독일로 가게 된 배경이다.

 

공업단지조성에서 특혜

 

60년대 개발의 상징이었던 공업단지는 그 명칭이 점차 산업단지로 바뀌면서 국가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도시첨단산업단지, 농공산업단지 등으로 이름 붙여졌다. IT산업이 발달하자 디지털단지, 테크노밸리 등으로 바뀌면서 공단은 구시대의 유물인양 공돌이 공순이라는 호칭과 함께 천박스러운 존재가 되는 역사가 되었다. 공업단지든, 산업단지든, 디지털단지든, 벨리든 본질이야 다를 바 없겠지만 산업구조 변화(전자-디지털, 봉제-패션)에 따른 노동자권리를 잠식한 불안정노동의 고통이 확대되어 발전하고 있는 곳이 바로 테크노벨리와 디지털, 패션단지이다.

 

독일의 거대한 굴뚝에서 벤치마킹한 공단조성에서 독일은 물론 외국과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기반시설의 주체이다. 외국의 공단은 토목, 도로는 물론 전력과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기업들이 돈을 투자하여 만든다. 그러나 한국의 공단조성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편의시설과 보조금은 물론 전력량, 통신렌선, 진입도로와 토목 등 기반조성을 위해 대대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토지특혜, 세제특혜, 정책자금 우선 투입과 편의시설을 제공하며 생산품도 내국인에게는 비싸게 팔고, 외국에는 싸게 팔고 있다. 이런 결과가 결국 덤핑에 대한 통상압박이라는 딱지를 달게 하는 요인이다. 좋게 표현하면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저비용의 생산구조에는 권력으로부터 자본에 대한 특혜와 노동자 착취가 담겨있다.

 

무한한 특혜는 땅 짚고 헤엄치는 돈벌이

 

자본가들의 돈벌이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서울인근, 수도권 제조업 자본가들이 돈을 벌게 된 수단은 노동자 착취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땅 투기이다. 구로공단은 물론 부천, 인천, 안양, 성남 등지에 대규모 아파트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공장부지는 땅값이 20배가 올랐으니 떼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수도권에서 외곽으로 밀려난 공장들은 신도시가 조성되어 또 돈을 벌었다. 이렇게 해도 돈을 벌지 못한 기업에는 구제금융과 저금리대출이라는 특혜를 제공하여 돈을 벌기 싫어도 벌 수 있게 해 준 사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지자체마다 강한 의지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에 소요되는 비용은 노동자 민중의 혈세이다.

 

현재 한국의 산업단지 수는 1000개가 넘고, 미분양도 많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려스러운 점은 4대강 공사처럼 공단을 자꾸 조성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슈와 테마가 있어서 짓는 것이 아니라 공단조성에 그만큼의 특혜를 주기 때문에 짓고 보자는 식이다. 한때 번성했던 시화공단은 시간이 갈수록 빈 공장이 늘어나고 도태되고 있다. 빈 곳을 채우기보다 새롭게 공단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경쟁처럼 공단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빈 공장이 늘어난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도 자꾸 짓는 것처럼. 개별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을 홍보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황무지에 불과했던 허허벌판을 조국 근대화의 메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60년대 흑백 항공사진과 첨단 산업시설이 들어찬 현란한 칼라사진을 비교하면서 기적 같은 일을 해냈음을 찬양한다. 정말 그때 그곳은 허허벌판에 불과했을까? 공업도시의 상징인 공업탑에 새겨진 박정희의 치사 비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에는 국가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연이 가득한 검은 연기가 울산 전역을 뒤덮어도 돈벌이가 중요하다는 자본의 속성이 담겨있는 문구이다.

자본의 돈벌이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은 노동자의 끊임없는 고통

 

자본에게 막대한 이윤을 보장했던 공단, 산단, 디지털단지와 개별공장의 역사에는 자본의 투기와 특혜가 황금알처럼 담겨있으며 상대적으로 노동자에게는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와 과로로 인한 절망과 분노가 서려 있다. 끝없이 이어가는 단계적 산업화에서 내뿜는 검은 매연과 안전 불감증으로 죽어가는 노동자의 목숨보다 오로지 돈벌이에만 골몰하는 자본의 탐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장시간 노동은 자존과 부끄러움도 없이 숨 가쁘게 질주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광주형 일자리 등등 노동법 제도 개악은 경제를 살린다는 구실을 늘 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를 살리는 방안이 아니라 경제 기반을 약화시키고 오로지 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도구가 될 뿐이다. 집단적이고 더 큰 이윤을 배가시키는 공업단지, 산업단지는 도처에 유령의 집처럼 빈 공간이 늘어나지만 투기를 통한 돈벌이 때문에 확장을 멈추지 않는다. 돈이라면 검은 연기와 유해물질, 오물은 물론 노동자의 어떠한 희생도 감내하며 경사노위, 노사정에서 합의를 모아가자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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