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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부르그 노동박물관
첨부파일 -- 작성일 2010-04-05 조회 3290
 

노동박물관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이종래(한국노동운동연구소 / 한내 회원)

 독일 함부르그 노동박물관의 역사 

함부르그 노동박물관의 태동은 1978년 독일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함부르그시에 살았던 130명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산업시설들이 사라지는 현실, 산업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인해 공장이 문을 닫는 현실에서 자신들의 역사인 하층민의 역사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또한 독일 산업화의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시설이나 건물이 단순히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거나 혹은 산산이 부서지는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이 가졌던 '노동문화'가 소멸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반대하여 박물관 건립을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 중에는 박물관은 상류층만이 즐겨 찾는 값비싼 애호품이나 기이한 부장품만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에 반대하는 '박물관 민주화운동'도 한몫을 하였다. 즉, 소수의 기득권층인 지배계급을 위한 박물관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함부르그시 바름?(Barmbek)구역의 과거 고무공장 자리에 위치한 노동박물관의 전경>

이런 목적의식에서 출발하여 1980년 노동박물관 건립을 위해 사단법인이 만들어진다. 사단법인은 먼저 함부르그 시의 역사에 노동자의 역사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쳐 나가면서, 1982년 바름? 구역의 한 공장건물에 사무실을 열었다. 노동박물관 건립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1985년에 이르러 사단법인은 처음으로 대중적 전시를 시작하면서 대외에 문호를 개방하였고, 이후 '인쇄작업장 코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전시회를 일상적으로 열어 나갔다.

함부르그 문화정치단체는 1986년 노동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단법인에게 민주주의에 새로운 기운을 부여한 공로로 문화상을 수여했다. 함부르그 시의회는 1987년 뉴욕-함부르그 고무공장 건물을 노동박물관 자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정하였다. 함부르그 시의회는 1989년 노동박물관을 한자도시연맹(Hansestadt)의 일곱 번째 공영박물관으로 인정하였으며, 1990년 1월 1일 이후 독립적인 박물관으로 된다. 1997년 과거의 '뉴욕-함부르그 고무공장' 자리에 들어선 노동박물관은 상설 전시회를 시작하였고, 노동박물관은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공익재단의 형태로 전환하였다.

<함부르그 노동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노동박물관'의 식구들>앞줄 왼쪽에서 부터: Gert Hinnerk Behlmer, Herbert Fuchs, Anja Essegern, Ute Karsten, Gernot Krankenhagen, Dr. Kirsten Baumann, Frank Trost, Bodo Apenburg, Heike Jäger, Dr. Jürgen Bönig, Kersten Albers, Achim Karsten.

노동박물관이 추구하는 가치

기존의 박물관과 노동박물관이 다른 점은 수집품과 전시품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노동박물관의 일차적 역할은 일생생활과 노동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의 수집과 보존이다. 이에 따라 노동박물관은 문화사적인 문헌자료와 기술·사회사적으로 흥미로운 공작도구·가구·주거도구·작업복·일상복·가사용품·기계류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전시한다. 이 물품들은 산업화 초기시절 노동자들의 생활세계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연구될 가치가 있다고 노동박물관은 본다.

 

<산업화 초기시절의 과자(쿠키)만드는 형틀>

 노동박물관은 개인들이 기증한 물품들을 보관하면서도 지극히도 사적인 개인사가 담긴 물품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한다. 개인들이 새로운 물건을 사면서 비록 사용가치를 잃어버린 물건들이라 하더라도, 이 물건들 역시 처음에는 생활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박물관은 주목한다. 이러한 물건들의 보존을 통하여 사람들은 무엇을 이용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는지를 그리고 개인의 삶에서 무엇을 아꼈으며, 나중에는 버렸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다.

 

<1950년대 노동자가구의 부엌>

노동박물관은 단순한 물품 전시장은 결코 아니다. 왜냐면 물품은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언어로 표현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종 문서와 사진자료를 통해서 축적되고 계승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사용하거나 수선이 필요한 물품 혹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은 사용의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 이것은 당시 사용자들과의 인터뷰나 사진자료를 통해서 지극히도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을 다시 조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즉, 기능적인 필요에 의한 생필품이라고 이름 붙여진 하찮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역사발전과정에서 주체적인 측면을 조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박물관은 아카이브를 설치하여 개인들의 사적인 기록물인 각종 서류, 편지글, 사진자료들을 수집하고, 대중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노동자들의 사회적 삶과 정치운동을 담고 있는 플래카드나 전단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소비행태를 파악하는데 근거가 되는 과거의 광고지나 포장용지까지도 수집하고 있다. 이런 작은 대상이외에도 노동박물관은 항만, 조선, 도로건설에 사용했던 대형 기계까지도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전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박물관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대중과 소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노동박물관은 이러한 통로로서 도서관을 설치하고 있는데, 도서관에는 노동자들의 일상세계와 노동세계를 담고 있는 문헌들이 집중적으로 보관되어 있다. 

<산업화 초기시절의 생선가공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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