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레터
..... 회원 마당
..... 옛날 노트
첨부파일 -- 작성일 2010-02-08 조회 818
 

옛날 노트
 

권두섭(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주변의 잡다한 서류뭉치들과 책장의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오래전에 사용하다가 만 두꺼운  노트가 있어서 메모용으로 가져다 두었다. 노트에 남겨진 기록을 보니 2001년, 경찰서와 구치소를 드나들면서 메모하거나 받아 적어둔 내용들이다. 당시 대우차 투쟁이 있었고 6월 12일인가 시기집중 총파업도 있었다. 6월 시기집중 총파업을 며칠 앞두고 경찰청 앞에서 있었던 대우차 경찰폭력 규탄 집회에서 도로에 있던 도로교통공단의 홍보용 탑이 분노한 노동자들에 의해 불태워진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대우차 공장 앞에서 있었던 노동자들에 대한 야만적인 경찰폭력에 정권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던 때였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정권은 이때다 싶었던지, 당시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하여 민주노총 간부 4명에 대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다. 12일로 예정된 파업을 조기에 탄압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그 민주노총 간부 중 2명은 당일 집회와는 전혀 무관한 지역본부의 상근활동가들이었고 둘 다 그해 3월 신촌 사거리에서 있었던 집회에 갔다가 사진이 찍혀서 출석요구를 몇 차례 받은 적이 있고, 출석을 하여 조사를 받으려고 했더니 관할 경찰서에서 바쁘다면서 나중에 나오라고 하여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1계급 특진까지 붙었으니 황당한 일이었다.

몇 명은 엮어서 넣어야겠고 찾다보니 마침 출석요구에 불응(?)한 자가 되어 관련도 없는 집회 건으로 단병호 위원장 등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었다.

당시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일단 명동성당으로 피신하였고 그 둘은 각자 알아서 수배생활을 견디고 있었다.

당시의 메모에는 조직쟁의실장이 경찰서에서 적어준 것으로 보이는 지도부에 전하는 편지글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은 잘 지내니 걱정말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세상은 요즘이나 그때나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메모에서 전해오는 분위기는 엄혹했던 당시의 상황이 생경하다. 왜일까?

그 엄혹한 분위기의 총연출자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 받기로 굳은 결심을 한 민주당과 연대를 해야 할 정도로 세상이 더 엄혹해졌는가. 잘 모르겠다. 더 엄혹해졌는데,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그놈이 그놈인 것인지...

지역본부에서 열심히 비정규직 조직사업을 하던 두 명의 활동가 중 1명은 수배 도중 누가 봐도 쉽게 확인되는 외모로 인해 체포되었고 나머지 한명은 끝까지 살아남아 마지막 자진 출두자가 되었다. 자진 출두를 하기로 한 날, 미리 변호인 접견도 하고 같이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서 그를 만나러 대학로 모 찻집으로 가게 되었다. 혹시나 1계급 특진에 눈이 먼 경찰이 따라 붙어 자진출두도 하기전에 체포되는 불상사(?)가 염려되어 지하철을 내렸다가, 기다렸다 다시 타기를 몇 차례하여 대학로 약속장소에 갔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 대영빌딩의 긴장감은 예전같지가 않다. 민주당과 연대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면 대영빌딩의 긴장감은 지금 같아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변한게 아닐까.

 
 
 
 
 
목록
 
이전글 기록관리 노동자가 되기까지
다음글 그들만의 아파트 값
 
10254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공릉천로493번길 61 가동(설문동 327-4번지)TEL.031-976-9744 / FAX.031-976-9743 hannae2007@hanmail.net
6320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250 견우빌딩 6층 제주위원회TEL.064-803-0071 / FAX.064-803-0073 hannaecheju@hanmail.net
(이도2동 1187-1 견우빌딩 6층)   사업자번호 107-82-13286 대표자 양규헌 COPYRIGHT © 노동자역사 한내 2019.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