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레터
..... 내가 살아온 길
..... 역사적인 전노협 건설_양규헌
첨부파일 -- 작성일 2021-09-15 조회 386
 

양규헌의 내가 살아온 길

 

역사적인 전노협 건설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투쟁·열망·논쟁 속에 출범

1980년대 투쟁과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조직적 성과는 전노협으로 모아졌다.

노동법개정 전국노동자대회와 메이데이 쟁취투쟁뿐만 아니라 대우자동차 투쟁, 구로동맹파업을 포함한 80년대 투쟁 정신과 민주노조 쟁취에 대한 열망이 전노협으로 모아진 것이다. 전노협 건설과정 역시 투쟁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지역과 중앙에서 벌어진 전노협 건설 논쟁도 만만치 않았다. 그것은 한국노총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며, 전노협의 조직적 위상, 민주노조운동의 조직발전 전망에 관한 논쟁이었다. 논쟁의 결과는 전노협 창립선언문에 그대로 담겨있다.

 

우리는 한국노총으로 대표되는 노사협조주의와 어용적·비민주적 노동조합운동을 극복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한국 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조직적 주체로서 탄생했습니다. (중략)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조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새날이 온다. 동지여! 한발 두발 전진이다!”

 

 

 

 갑호비상령뚫고 성동격서전술 

1990121, 이미 수십 명의 노조위원장이 체포되거나 수배된 상태였고, 노태우 정부는 전노협 엄단을 선포하며 모든 경찰 병력을 창립대회 개최지로 보이는 지점에 배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22일이 되면 갑호 비상령까지 선포한다는 계획이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전노협의 창립대회는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노협 준비위원들이 추대한 단병호 위원장마저 수배 중이었다. 전노협 중앙위원들은 서울이나 경기권의 특정한 장소를 물색했지만 모든 대학, 광장, 심지어 조금 넓다 싶은 지하철역까지도 모두 전경이 배치된 상태였으므로 창립대회 강행 자체도 121일 밤에나 확정할 수 있었다. 더구나 1천여 명에 가까운 전노협 대의원들이 경찰에 들키지 않고 출범식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전노협 창립을 미룰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전술팀이 고민 끝에 채택한 전술은 성동격서였다. 출범식을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에서 연다는 포스터를 만들고 언론에 인터뷰도 했다. 각 지역의 대학 학생들도 전노협 결성식이 자기네 학교에서 열리는 것처럼 꾸며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수도권의 노조 간부들은 1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 시내로 진입하고 있었다. 이런 정보가 경찰청에 접수되면서 경기권에 흩어져있던 경찰 병력이 서울로 집결했다. 경기권의 대학 주변은 최소한의 경비 병력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버렸다.

 

수원성대 집결전투 벌이며 대회 사수 

122, 서너 명씩 극소수로 움직이던 우리 대오는 1호선을 타고 청량리에서 종각으로 움직이는 중에 전철 안에서 창립대회 장소를 비밀리에 전달받았다. 성균관대 율전캠퍼스로 움직였다. 수원행 전철 안은 동지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며 복잡해지고 있었다. 전철 안에 점차 늘어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르지만, 직감적으로 동지들임을 알 수 있었다. 율전역에 내린 동지들은 성균관대학교로 뛰었다.

성균관대 율전 총학생회조차 노동자들이 진입하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들의 학교가 전노협 창립대회 장소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보안은 철저했다. 각 대학 학생회는 전노협 건설지원 공대위원회를 구축하고 내로라하는 사수대 인원들을 뽑아 수원 성균관대로 보내기 바빴다.

전노협 창립대회장에 수천 명이 집결했다. 뒤늦게 창립대회 장소를 파악한 경찰 병력이 급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노협 선봉대와 학생 사수대가 연대하여 경찰 침탈을 저지하는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선봉대와 사수대 150명 이상이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완강히 저항함으로써 전노협 창립대회를 성사시킬 수 있었고, 대회를 마무리한 뒤에 지도부를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침탈당한 전노협 창립대회장

  

노동해방·평등사회 깃발은 어디에

전 지구상에서 노동조합 창립대회를 전쟁과 다를 바 없이 치른 곳이 또 있을까. 전노협은 건설 투쟁도 사수 투쟁도 전설과 같은 이야기들이 노동운동사의 한 가닥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민주노조운동의 정신과 노동해방, 평등사회 건설의 깃발은 그 빛깔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창립선언문에 담겼던 새날이 밝아온다”, ‘새날은 어떤 날이며 언제나 다가올까.

 
 
 
 
 
목록
 
이전글 김삼룡 동지를 만나러 가는 길 _김미화
다음글 충북 영동군 보도연맹원 학살과 보도연맹사무실 터_김미화
 
10254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공릉천로493번길 61 가동(설문동 327-4번지)TEL.031-976-9744 / FAX.031-976-9743 hannae2007@hanmail.net
6320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250 견우빌딩 6층 제주위원회TEL.064-803-0071 / FAX.064-803-0073 hannaecheju@hanmail.net
(이도2동 1187-1 견우빌딩 6층)   사업자번호 107-82-13286 대표자 양규헌 COPYRIGHT © 노동자역사 한내 2019.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