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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역사 한내 뉴스레터 창간준비 제3호 (2008년 6월 2일)
내가 찾는 단골집(1) 땀 흘리며 시원하게 먹는 생태찌개
글 : 발기인 박재범 동지
1930년 경 만들어진 영등포 중앙시장의 주변에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허름하고 오랜 건물 사이 좁은 골목길 안쪽에서 오래된 맛집들을 간혹 발견한다.
회원들과 함께 하고픈 내 단골집은 바로 “20년 전통 생태찌개 전문점”이다. 영등포 연흥극장 건너편 인도를 따라 영등포시장쪽으로 가다보면 시장 입구와 나란히 자리잡은 복합 쇼핑몰이 보이고, 그 옆으로 공구상가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이 있다. 동굴같은 시장 골목을 따라 20m 정도를 들어가면 사람 하나 겨우 다닐 허름하고 작은 골목 왼편에 이 맛집이 자리하고 있다. 허름하고 칙칙한 골목에는 “20년 전통”이라는 간판만이 이 곳이 식당임을 알게 해 준다.

“20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왠지 호기심을 갖게 하고 점심시간 전후로 길게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서기를 볼라치면 어떤 맛인지 입맛을 돋우게 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주문이 따로 없이 사람머릿수만 헤아려 생태찌개를 내온다. 허름한 식당벽에 걸린 메뉴판에는 그나마 “생태찌개”와 “생삼겹살”이 나란히 있으나 아마도 이는 저녁에 술한잔 기울이는 이들은 위한 배려로 보인다.
20년 세월을 함께한 듯한 허름하고 커다란 냄비에는 사람 수에 맞춰 넉넉히 넣은 생태 토막들과 듬성듬성 먹음직스런 양념들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배골픈 이들의 군침을 더욱 돌게 한다.

생태 한 마리 손질하는데 드는 시간은 10분. 재료를 얼마나 정갈하고 깨끗하게 다듬냐에 따라 찌개 맛이 좌우된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 들으며 역시 음식은 정성이구나하는 생각이 스친다.
보기에도 싱싱한 생태 하얀 속살를 한 입 넣으면 입안에서 살살 부서지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뿐이랴,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생태찌개 국물은 엊저녁 술자리로 지친 속을 달래는 데는 그만이다.
조촐하게 두 사람이 앉더라도 아주머니는 커다란 냄비에 갖은 양념과 육수를 넉넉히 담아서 내 온다. 여기에 밑반찬으로 나오는 배추김치와 무채, 콩나물무침에서도 주인장의 넉넉한 솜씨가 느껴지지만, 뭐니뭐니해도 입맛 돋우는 건 수북히 쌓여 나오는 구운 김과 양념장이다. 양념장에 쓱싹쓱싹 밥을 비벼 구운 김 걸쳐 먹으면 밥 한 그릇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비좁은 시장 골목 식당이라 사람들이 서로 몸을 부댓기며 먹어야하는 불편함이 다소 있지만, 입맛이 없거나 쓰린 속을 풀고 싶어 시원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나는 이곳을 찾곤 한다. 오늘 점심도 시장골목 그곳으로 내 발걸음은 움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