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놀라는 국수집
- 행주산성 원조 국수집
양돌규(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서울에서 국수집 유명한 곳으로 치면, 여러 군데가 있겠지만 행주산성 아래 마을에 있는 ‘행주산성 원조 국수집’ 만한 곳도 없다. 특히, 최근 들어 자전거를 타는 이른바 ‘자전거족’이 많아지면서 이 동네는 연일 자전거를 탄 동호회원들로 북적거린다. 서울 시내에 모인 동회회원들은 말 그대로 발품을 팔아 이곳에 다다르고, 출출해진 배를 국수 한 그릇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양이 보통이 넘는다. 그 유명한 인천 화평동 냉면골목 만큼 가득 채워주는 국수는 보통 사람 혼자 먹기에 넘친다. 그래서 이 국수집에서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는 말이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 한 번 놀라고, 푸짐한 양에 두 번 놀라고, 진한 국수 맛에 세 번 놀라게 되는 집”이라는 것이다.

이곳 메뉴는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멸치 육수에 말아 나오는 잔치국수, 다른 하나는 비빔국수다. 가격은 둘 다 모두 3,000원이다. 국수 면발은 슈퍼에서 파는 소면보다는 두툼한 편이다. 국물은 멸치 육수가 진하게 우려져 요즘 같이 추운 날에 먹으면 금세 든든해지고 온기가 온몸 가득 채워진다. 비빔국수는 싱싱한 야채를 함께 버무리는데 좀 매울라치면 따뜻한 육수를 후후 불어가며 먹는다.


여러 설이 있긴 하지만 기록상으로 보면 제일 먼저 국수를 먹은 건 중국에서의 일이었다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일이다. 중국 신석기 유적지에서는 화석화된 국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니 말이다. 그 후 한나라 때 국수가 중국 전역으로 널리 퍼졌다 한다.
한국에서는 <고려사>, <고려도경> 등의 문헌에 국수가 등장한다. 밀가루가 흔치 않았으니 보통 귀한 음식은 아니었다. 그래서 제사나 잔칫날 등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것이 국수였다. 국수는 그 긴 가락의 모양을 따라 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의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그래서 환갑 날 같은 때는 국수가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오른다. 그렇지만 너무 오래 살아도 곤란하다. “시어머니 오래 살다 며느리 환갑날 국수 그릇에 빠져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악담도 이런 악담은 없다. 하지만 이 악담이 나오기까지 며느리의 고생스러웠을 시집살이를 떠올려보면 이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옛날엔 행주산성 아래는 장어집이 유명했는데 지금은 국수집이 단연 최고다. 스태미너보다 장수(長壽)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일까? 어쨌든 자전거로 달려 국수까지 먹으면 장수는 맡아놓은 셈일 거다. 거기에 행주산성 꼭대기에 쉬엄쉬엄 올라 한강을 굽어보면 더욱 건강해질 거다. 행주산성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한강 풍광이 제법 괜찮다. 주말, 가족과 함께 한번 행주산성 나들이 하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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