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호프집이 그리워지는 날, 시티몽
박선영(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긴 뭘 어디로 가, 시티몽이지. (웃음)”
세미나든 회의든 하루 일정이 끝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찾는 곳은 단연 시티몽이다.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냄새는 지하실에서나 맡을 수 있는 곰팡이 냄새다. 시티몽의 이런 냄새가 나를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면, 누군가는 나를 변태 보듯하겠지만, 대학교 입학하고 뭣도 모를 나이에 선배들을 따라 거의 매일 다니던 곳이라 그 냄새는 학부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시티몽 안은 늘 어두컴컴하다. 테이블은 다방에서나 볼 수 있듯이 기둥과 같은 나무칸막이들로 막혀 있어 누가 앉아 있는지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다만 나무벽 사이로 흘러드는 낯익은 큰 목소리를 통해 누가 있는지 감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자리배치는 나의 연애사를 만들어 낸 주범이기도 하다. 요즘도 가끔 그곳에 있노라면 옛 연인들과의 지나간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여하튼 둘이서건 대여섯 명이서건 오붓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아주 멋진 곳임에 틀림없다.


시티몽 입구와 내부전체사진
10년 전과 비교할 때, 흑석동 중앙대 앞은 좁은 2차선 도로를 제외하면 안 바뀐 곳이 없을 만큼 그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데, 시티몽은 여전히 그대로다. 물론 주인아저씨까지 10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매일같이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어수룩한 말투로 우리를 반기신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여서 벽 곳곳에 직접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한강 둔치를 달리는 사람들, 인사동 거리, 서울풍경, 시티몽을 찾는 사람들의 사진만이 아저씨가 어떤 분인지 알려줄 뿐 10년 동안 별 말씀이 없으시다. 다만, 곳곳에 보이는 한반도기와 6.15공동선언 당시 김정일과 김대중이 악수하는 사진스크랩은 한때 아저씨가 통일운동을 했다는 정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사람 좋은 웃음과 외상술값을 질 수 있다는 점으로 우리는 주인아저씨가 인심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시티몽 벽면 사진
시티몽에서 주로 먹는 맥주는 생맥주에 흑맥주 한 병을 섞은 것이다. 김이 빠진 생맥주가 맛이 없어 흑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이 내가 내린 처방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은 돈이 없는 날이면 실행할 수 없다. 그런데도 10년 동안 시티몽을 찾는 것을 보면 이것은 반복적인 학습효과이거나 고칠 수 없는 습관 때문인 게 분명하다. 쾨쾨한 냄새, 맛없는 생맥주, 도대체 왜 단골집이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시티몽에 아주 추천할만한 안주가 있다. 그것은 바로 번데기인데, 그냥 번데기가 아니라 아저씨가 손수 양념을 해서 볶은 다음 멋진 거북뚝배기 위에 올려주시는 군침 도는 번데기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안주로 요것만 있으면 맥주 6000cc는 걱정 없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안주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촉촉오징어로, 10년 전과 그 맛이 변함없으며, 다른 곳에서 유행하기 전부터 맛볼 수 있었던 안주이다. 돈이 없는 날은 요것 하나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또한, 시티몽의 모든 안주와 술값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500원에서 1000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시티몽은 중대 앞에서 가장 싼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모습도 10년 전과 변함없다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시티몽을 찾는 이유일 게다.

맥주와 거북이번데기와 촉촉오징어 사진
옛 호프집이 그리워지는 날 중대앞 시티몽으로 오라! 그 쾨쾨한 냄새와 그것이 주는 골방의 느낌, 인심 좋은 주인장과 값싼 술값. 거북이 번데기와 촉촉오징어, 분명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