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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주년 노동절을 맞이하며
첨부파일 -- 작성일 2009-04-27 조회 794
 

119주년 노동절을 맞이하며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단 말인가!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등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는 없으리라”

120여 년 전 미국에서 기본권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경찰이 총기를 난사해 6명의 노동자를 사살되었다. 이 사건으로 4명의 노동운동가가 자본이 만든 법의 잣대에 의해 형장의 이슬이 되어버렸는데, 위 인용문은 사형을 선고받은 이 노동자들이 법정 최후진술을 통해 외친 구절이다. 불굴의 정신과 비타협적 투쟁을 당당히 선언하며 투쟁했던 노동자들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에서 ‘만국의 노동자 단결’과 ‘노동자 해방’을 향한 투쟁을 결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 노동절이다. 따라서 노동절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의 날이며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목숨 바쳐 피눈물로 싸워온 노동자 투혼이 깃든 역사적인 날이다.

80년대부터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매년 5월이면 연대와 단결을 모색하며 “잃어버린 노동절을 투쟁으로 쟁취하자”는 구호와 함께 수십 년 단절된 민주노조운동을 복원시키기 위해 투쟁해 왔다. 군부독재와 독점자본의 반노동자성을 폭로하며 역사적인 노동절을 투쟁으로 되찾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불시에 가두를 점거하며 세계노동절의 의의를 선전 선동해 왔다.

노동자 대투쟁으로 결집된 민주노조진영을 구심으로 시작된 노동절 대회는 군사정권의 폭압적 탄압에 대해 총파업의 포문을 여는 결의의 장이었고, 노동자 해방의 날을 투쟁으로 쟁취하자는 의지의 장이었고, 계급적 산별을 근간으로 민주노조의 조직과제를 확인하고 결의하며 실천하기 위한 투쟁의 장이었다.

노동절 전야제인 4.30대회를 통해 서울시내 곳곳에서 밤을 새워 공권력과 맞서며 노학연대, 민중연대를 선언과 구호가 아닌 투쟁을 통해 결속시켰으며, 현장조합원들이 치열한 가두투쟁을 경험함으로써 노동자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1990년 전노협은 자본과 정권에 의해 강제되어온 근로자의 날을 폐기하고 5월 1일이 진정한 노동자의 날임을 발표했다. 노동절을 투쟁으로 쟁취하기 위해 전국총파업을 결의하고 노학연대를 통해 5월 1일 동맹휴학과 노동절 투쟁 동참을 선언하고 실천하였다.

이 투쟁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요구인 생존권 요구를 사회쟁점화 시켜냈으며 노동자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노동악법 개폐를 선전, 선동하며 전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러한 투쟁의 성과로 1994년 노동자에게 치욕의 상징이었던 근로자의 날(3월 10일)이 역사의 장에서 사라지고 노동자계급의 자존심인 세계노동절을 쟁취하게 되었다. 30년 동안 잃어버렸던 노동절이 투쟁으로 쟁취되는 동안 민주노조운동은 자주성과 민주성, 투쟁성과 연대성, 그리고 변혁지향이라는 노동운동의 이념을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으로 정착시켜 왔다. 아울러 민주노조운동의 이념과 노동자계급의 투쟁성과로 민주노총을 건설했다. 전노협의 투쟁, 조직적 성과로 건설된 민주노총의 노선은 ‘변혁노선’으로 규정되면서 노동절 쟁취와 민주노총 건설은 일천만 노동자계급의 희망이었음을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금융세계화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계급적 단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공세로 집약된다. 같은 노동자계급을 경쟁, 대립구도로 몰아가며 포섭과 배제전략을 통해, 계급내의 위계를 강화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책을 구사해 왔고, 이런 자본의 전략이 계급적 결속을 과시했던 노동자계급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비타협적 투쟁정신보다는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열어가려는 사회적합의주의 발상은 결국 계급적 단결보다 정/비정규의 대립양상과 대리주의로 발전하면서 불안정고용을 촉진시키며 노동자계급의 투쟁동력을 소진시키고 말았다. 노사협조주의 상징인 근로자의 날을 무산시키고 계급투쟁의 상징인 노동절을 투쟁으로 쟁취했던 계급투쟁의 역사적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을 부정할 수 없다. 투쟁성이 상실되는 결과는 단순한 무기력 현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자체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 위기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이 투쟁의 방관자로 전락했을 때, 그 결과는 고스란히 노동자계급에게 절망을 안긴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매년 노동절은 전 세계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의 분출되어 계급적 요구를 걸고 위력적인 가두투쟁이 진행된다. 지난해 노동절에도 미국에서, 마닐라에서 모스크바, 유럽 곳곳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거센 투쟁의 함성이 메아리 쳤다.

공황 국면을 맞는 올해 119주년 노동절도 경제위기에 맞서는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반자본주의를 외치며 노동자계급의 투쟁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메이데이라 불리는 세계노동절은 기념으로서의 노동절이 아니라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전세계노동자들의 계급전선을 확인하는 장이며, 변혁에 대한 전망을 가슴에 안고 해방을 향한 투쟁을 결의하고 실천하기 위해 만국의 노동자 단결을 확인하는 날이다.
그러나 세계 노동운동의 자랑이라고 불렸던 한국의 지난해 노동절은 요란한 기념식에 머물고 말았다.

민주노총 건설 후 10년이 지났고 계급조직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산별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조직원 수도 80만을 육박하고 있으나 조직발전에 대한 전망은 보이지 않고 아울러 우리의 메이데이는 보이지 않는다.

순환되는 자본주의 위기가 마치 노동자계급의 책임인 양, 그 고통은 모조리 노동자계급에게 전가되고 있다. 경제위기 국면을 틈타 임금동결, 삭감을 사회적 합의형태로 몰아가고, 대량해고와 실업은 노동자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비정규법안이 통과되고 난 후 비정규직이 일방적으로 해고 되거나 계약해지가 속도를 더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법안이 폐기되기는커녕,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을 경과하며 브레이크 없는 신자유주의 공세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공공부문 민영화 재앙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변질된 형태로 한반도 대운하 삽질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개발 삽질로 주거권을 요구하는 용산4지구 철거민들에게 특공대를 투입하여 다섯 명을 학살한지 100일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자 살찌우기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집회나 시위에 대해서는 폭력과 강압적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에게는 최소한의 권리와 자유도 허용하지 않음은 물론 구속, 수배로 노동자는 사냥감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선진화를 강조하고 있다. 유일하게 일 년에 한번 있는 노동절 행사조차 불허하는 이명박 정권의 야비함에서 반 노동자적 태도는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군사독재정권의 역사적 과정을 답습하는 수구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런 반민중적이고 폭력적 억압정치는 그 정권의 종말을 고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119주년 노동절을 맞는 지금, 경제위기에 따른 노동자계급의 고통과 삶의 질이 벼랑 끝에 내 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계급의 반격은 그 위력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노동운동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간 민주노조운동은 간부들이 구속되고, 수배된 상태에서도 활동가들에 의해, 선진노동자들에 의해, 선봉대에 의해 대중을 조직하며 정세돌파의 장을 마련해 왔으며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왔다.

자본과 권력의 다양한 이데올로기 공세에도 노동계급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전망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고 다양한 현장 활동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문화를 통해 대중과 함께 반격하고 싸우며 민주노조운동을 발전시켜 온 게 노동운동의 지난 날이었으며, 좌절의 틈바구니에서 밝은 전망을 향해 힘차게 달려온 게 노동운동의 역사였다.

따라서 우리는 119주년 세계노동절은 기념으로서의 노동절이 아니라 투쟁성과 계급성을 회복하는 노동절로 위치 지어져야 하며, 자본에 맞선 불굴의 투지를 안고 피로 쟁취한 노동절의 해방정신을 되새기며 떨쳐 일어서야 한다. 어렵다고 주저앉는다면 노동자계급 앞에는 생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무기력과 좌절을 극복하고 경제위기 국면에서 위기의 책임을 정권과 자본에게 묻고,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인 이명박 정권에 대해,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에 대해 실천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국민적 요구를 모아 투쟁한다는 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가 양보해한다는 군부독재에서나 있어왔던 ‘전체주의 노선’에 동조하는 것이며,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놀아나는 꼴이며,  노동운동의 본연의 임무인 계급성이 소멸되고 시민운동화 되는 지름길이다.

계급성이 부각되지 않는 사회적 연대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함께 투쟁하는 민중연대전선으로, ‘변혁노선’을 복구하기 위한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하여 금융세계화를 통해, 노동자계급을 분할, 통제하는 포섭과 배제의 전략인 불안정노동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완강한 투쟁으로 경제위기의 책임을 위기의 주범인 자본에게 묻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의 세금을 공적자금과 구제금융에 쏟아 부어 노동자계급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고리를 차단하고 자본과 정권이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비타협적 투쟁을 통해 위기에 직면한 노동운동의 정신을 다시금 되살려 현장을 조직하고, 노동자를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거대한 전선을 만들어 노동자계급의 가슴에 쌓인 절망을 걷어내고 찬란한 희망과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야 말로 ‘119주년 노동절’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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