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메타를 만나다 - 3부 소요 힙합정신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예를 들어 ‘상아탑’ 같은 곡들이 있었어요. 당시의 대학가에 학생운동이 쇠락하고 학생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을 언론매체에서 다루기도 했는데요, 물론 나찰은 당시 대학생이었지만 그래서 더 서로가 느끼는 격차에 대해서 쓴거예요. 그리고 ‘너무 사랑해’같은 곡들. 이 앞에 생략된 말은 ‘돈’이에요. “돈을 너무 사랑해.” 너무 사람들이 돈에 빠져서 돈만 사랑하고 돈만 숭배한다. 이런 가사를 쓰고. 근데 굉장히 직접적이었죠. 당시의 저희는 사회적 이슈나 사안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그런 랩을 쓴거죠. 그러면서 정체성이 확립된 거네요? 네. 다만 저희가 하는 음악이 티브이나 대중매체에서 소개될 기회가 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플레이될 수가 없었어요. 예를 들면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저희가 새벽 라디오에 나간 적이 있는데. 나름 깨끗한 곡들을 가져왔는데. 경인방송이었나. 당시에 온갖 쌍욕 퍼레이드가 새벽에 흘러나와서 경고를 먹었다고. (웃음) 그 피디분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하여튼 저희가 그런 대중적으로 음악활동을 통해 인지도가 생기고 돈벌이가 될 만한 기회가 당시에는 거의 전무했죠. 그래서 제가 그때는 하나의 목표라고 생각했던 게 저희 시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기존의 주류시장이 아닌, 비주류시장이 커져서 이 안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서식지를 만들자. 그게 우리가 우리음악도 지키고, 우리를 이어서 소위 말하는 그게 언더그라운드니깐요. 그 물리적인 공간이나 중심지가 마스터플랜이었어요. 나중에 여기가 알려졌을 때는 150명 200명씩 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히트를 하게 되니깐. 결국 이것도 팔더라구요. 기획사로 바꾸면서. 상업화된 거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기존에 알던 영순위나 무투 같은 곡들 이외에도 들어봤는데요. 곡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이 어떤 분노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것들이 느껴지더라구요. 예전 쇼미더머니에 나오셨던 부분도 찾아봤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이. 그 랩퍼들한테 화내시는 장면인데. 아시죠? 그 다음부터는 제 상상인데요. 저는 그것이 단순히 당시 상황을 넘어서. 힙합에서 메타님이 추구하는 가치 혹은 힙합의 본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랩퍼들 사이에서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나 고립감 같은 거라고 여겨지더라구요. 힙합문화는 점점 변질되어가고 있는데...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예술작품들이 포스트모던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이런 현상과 맞닿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메타님이 화내시는 장면이 그런 총체적인 분노가 아닐까 상상한거죠. 물론 그 프로는 그렇게 다루지 않고 자극적으로 한 장면만을 툭 내보냈지만요. 예 맞습니다. 날카롭게 보신 것 같은데요. 여하튼 저는 무대에 있는 사람이고 무대에 내려와서 있을 때는 어떻게든 무대 위의 삶을 지키는 일을 하는 것이고,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음악 가치관 방향 이런 것들이 제 삶의 문제들 때문에 위협받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나머지 대다수의 시간들을 레슨으로 보내고 있구요. 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거리낌은 없습니다. 물론 예술가들이 투잡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이긴 한데. 약간은 아이러니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가리온 정도의 팀이 전업적인 활동을 못한다는 것을 대중들이 알면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전혀 그런 것들에 대한 불만은 없구요. 다만 제가 시인들과 하는 랩작업과 그런 것들이 왜 힙합신에서 전혀 주목 받지 못하는가. 이런 투정으로 비칠까봐 하는 일들은 경계하고 있어요. 저랑 함께 작업하는 시인분도 자기가 볼때는 랩이 현대시의 적절한 형식이라고 하시기도 했고. 시도 몰락하는 장르인데 저희가 처음 만든 곡처럼 점점 내 앞을 가로막는 어둠속으로 다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오늘 이제 또 말씀드리고 싶었던 거는 그전에도 제가 대학교에 있을 때부터 힙합이라는 음악이 굉장히 메시지가 강하다보니깐. 가리온으로 있으면서 저희가 기본적으로 품고 있었던 것은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나 아이러니가 느껴지고. 또 그러면서 저나 나찰이나 이런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갈 때도. 저희대로는 무투라는 곡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저희 안에 스며들어있는 어떤 것들이 다 그 지점과 연계가 되어있는 것 같더라구요. 이건 현재 진행형인데요. 어쩌면 사실 우리는 처음부터 굉장히 강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그런 것을 최근에 느끼게 되더라구요. 가리온의 행보라고 해야하나...물론 의도적인 건 아니셨겠지만 이미 전체가 처음부터 굉장히 불화적인 것 같은데요? 하하. 예 뭐하나 깔끔하게 끝난 게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한테는 다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끝> 음악은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예술이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말이 없었다. 시각도 없었다. 다만 청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우리는 듣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듣는다. 우리가 듣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어떤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귀는 눈처럼 속눈썹이 없다. 보고 싶지 않으면 눈꺼풀을 내릴 수 있지만, 귀는 그렇지 않다. 음악은 가장 오래된 것이고 가장 강력한 것이지만 가장 끔찍한 것이기도 하다.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고문관들이 남녀의 옷을 벗겨 죽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할 때에도 음악이 있었다고 한다. 시도 아니고 물론 영상들도 아니었다. 이 소리의 힘은 가장 감동적인 것이고 가장 숭고한 것이면서도 가장 잔인하고 잔혹한 것이다. 가리온은 긴 침묵을 뚫고 3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힙합신이라지만, 그에 반해 MC메타는 매우 고요해보였다. 그가 해왔던 것처럼 치열한 그의 음악도 그렇게 묵묵히 지속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