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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제5호] 내 단골집
끊을 수 없는 매운 맛 부산 범일동 매떡을 소개합니다.
글과 사진 : 조이화 (한내 회원)
한내 사무국으로부터 ‘나의 단골집’ 원고를 청탁 받고 장소를 어디로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정말이지 한 군데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소개하고 싶은 단골집이 너무 많아서일까? 아님 부산에서 제일 맛있는 집을 소개해야 한다는 괜한 사명감 때문일까?^^ 잘게 썬 양파 양념이 일색인 대구뽈찜도 생각났다가, 내원사 입구에 자리한 경치와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메기매운탕집도 생각났다가, 부산에만 있다는 밀면도 괜찮겠다 싶고... 이렇게 장소 선정을 놓고 고심의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정한 것은 “법일동 매떡(매운떡볶이)”이다. 에게 겨우 떡볶이냐며 실망하시는 분 있으실 것 같은데 전혀 그런 우려 하실 필요 없다. 정말이지 최고로 강력하고 화끈한 맛을 보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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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일동 매떡과 나와의 인연은 2005년도에 시작되었다. 2004년 파업을 계기로 민주노총 동지들과 인연을 맺어 이듬해에 노동자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던 중 “이 동네에 그렇게 매운 떡볶이가 있다면서요? 먹어보고 싶어요“라는 제안을 했고 그리하여 매떡과의 첫 대면이 이우러졌다. 지금이야 떡하니 점포를 차렸지만 그때만 해도 길가 포장마차이던 시절. 매떡 매니아들이 우글우글 서있는 틈을 비집고 떡볶이 하나를 포크에 꽂아서는 얼마나 매운지 탐색도 하기 전에 콧속을 자격하는 매콤한 향기에 끌려 아무 생각 없이 한입 크게 베어 물었는데.... 꺄악~ 떡볶이가 혀에 닿는 순간 후끈하는 통각에 동공이 커지고 머리가 쭈빗쭈빗 눈물이 핑 ~ 한참을 하하거리며 손부채질을 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매운 맛에 나머지는 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조건반사의 동물적 본능을 몸소 느낀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범일동을 지나가다 시장골목에서 매떡 포장마차를 발견하고는 저절로 침이 고이고 시선과 함께 목이 돌아가고, 끝내는 두 다리가 어느새 그 쪽으로 향하는게 아닌가. 그렇게 이루어진 두 번째 만남에서는 참고 참아가며 매떡 하나를 다 먹을 수 있었고, 우리 인연은 눈물과 콧물과 땀방울이 어울어져 점점 끈끈해졌으며 이런 만남이 거듭될수록 먹을 수 있는 떡볶이 양도 비례해서 늘어갔다. 단순히 매운 고춧가루 맛이 아니라 10가지가 넘는 재료로 믹스된 특제소스의 깊은 매운맛에 점점 중독되어 간 것이다.그리하여 매운 떡볶이집은 연애 시절 빼놓을 수 없는 데이트 코스가 되었고 지금은 딸아이와 셋이서 자주 찾고 있다(태교 때문인지 딸아이가 이집 어묵을 무척 좋아한다. 단 매떡은 아직 섭취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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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집에 매운 떡볶이만 있었다면 단골이 되기란 참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매운 떡볶이를 찾을 수 있었던 데는 매운 맛을 중화시켜주는 어묵과 사이드 메뉴 공이 컸다. 이 집 어묵 얘기를 잠깐 하자면,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 어묵 산업이 발달했다. 어묵의 생산량이 많은 만큼 질도 다양한데, 범일동 매떡집의 자랑할 만한 또 한 가지가 질 좋은 어묵을 쓴다는 거다. 떡볶이랑 같이 양념에 버무려지는 어묵도 다른 집보다 더 맛있는 걸 쓰지만, 조미료를 쓰지 않아 개운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따끈한 육수에 푹 담궈져 있는 꼬지어묵은 해물, 야채, 잡채 등 맛도 다양하고 영양도 만점이다. 초반에는 매떡에만 주력하다보니 사이드 메뉴에 눈이 가지 않았는데, 요즘은 우리 신랑이 좋아하는 튀김만두, 딸아이 식사대용으로 깁밥, 그리고 매운맛을 녹여 주는 팥빙수에 순대, 핫바까지 그때그때 기호에 따라 골라 먹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집을 나올 때는 서비스로 막대사탕까지 물어주면 만족감 백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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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유명세를 탄 떡볶이 집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는 체인사업까지 하는 곳도 있지만 내가 먹어본 중에는 맛과 영양 면에서 단연 범일동 매떡이 최강이며 특허까지 받았다니, 주인아주머니가 열심히 스크랩해 놓았듯 일본 관광객들과 맛집 프로그램 취재진들이 떼지어 몰려 올 만하다.
일요일에 쉰다는 것이 최대 아쉬운 점이지만 평일 저녁 10시까지 운영하고, 1만원 이상이면 전국에 택배도 가능하다. 자체 홈페이지는 현재 닫혀 있지만, 포털 싸이트에서 “매떡”을 검색하면 관련 블로그가 수두룩하니 매니아들의 품평을 공유해 보시길.
이열치열!! 매운 떡볶이로 여름 더위 날려버리실 분은 언제든 오세요. 범일동으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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