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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에서 만난 노동자
..... 법정에서 만난 노동자 : 한 장애해방 활동가의 불구속 사유
첨부파일 -- 작성일 2008-08-04 조회 828
 

[창간준비 제5호] 법정에서 만난 노동자
한 장애해방 활동가의 불구속 사유
글 : 권두섭 (한내 회원, 민주노총 법률원) / 삽화 : 안태윤 (한내 회원)

아마 그보다 더 거리에서 해방을 부르짖는 사람도, 그보다 더 천막을 집 삼아 농성을 벌이는 사람도, 그런 일들로 경찰서와 법원을 자주 가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타고 다니는 버스도 ‘버스타기 행사’를 열어서 타는 사람이며, 지하철 타기 행사를 열어서야 비로소 지하철도 탄다. 대신 그는 우리는 차가 아니면 가지 못하는 세종로 그 넓은 도로에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어 나가기도 하고 사고로 떨어지지 않는 한 내려가지 않는 지하철 철로에 스스로 몸을 누이기도 한다. 그는 교장의 직책을 가진 교육자이기도 하다. 비록 인가는 받지 못하였고 때론 건물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교실을 열어야 하는 사정도 있지만 아주 유명한 학교의 교장이다.
그러나 한 달에 한번 버스타기 행사를 열어서야 탈 수 있는 그 버스 타기는 버스 운행 업무를 방해한 죄목이, 때론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한 죄목이 된다. 그는 세종로를 막아 일반의 교통을 방해한 죄도 지었고 철로를 막아 철도법 위반의 중죄를 짓기도 하였다. 그의 농성은 늘 집요하고 물러섬이 없는데 천막을 허물면 다시 치고 또 다시 치기에 공무집행방해가 되기도 하고 집시법 위반에도 걸린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만 이동이 가능한 그는 등에 욕창이라는 지병을 가지고 있다. 비장애인인 우리보다 더 많은 거리를, 더 많은 농성장을 다녀야 하니 휠체어와 등이 늘 붙어 있어 생긴 병이다. 엎드려 있어야 나아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니 더 심해지고 뼈에까지 욕창이 침투하여 최근에는 결국 수술까지 받았다고 한다.

나는 부끄럽게도 장애인 문제를 잘 모른다. 민주노총 법률원에 있다는 이유로 우연히 그의 형사재판을 처음 맡게 되었지만, 그의 재판을 맡고서야 법원에 민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정 출석용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한참을 싸워서야 계단에 요식으로 설치된 위험한 리프트 대신 판사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올라 왔다(지금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번으로 내가 맡게 된 정식기소 사건만 4번째가 진행 중이다. 한번 기소될 때마다 세부 공소사실로 치면 수십 건이 기소되는 경우도 있고 유사전과도 많건 만 검찰은 그를 구속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장애인을 수용할 시설과 사람이 준비되어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치소마다 장애인 수용시설을 새로 만든다고 하니 걱정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하는 유일한 특별대우가 계속되기 위해서도 수용시설의 장애인 시설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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