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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의 역사
..... 충주시 엄정면에 세워진 반공지사추모탑_김미화
첨부파일 -- 작성일 2022-02-17 조회 264
 

충주시 엄정면에 세워진 반공지사추모탑

 

김미화(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충청북도 충주에서 강원도 원주 방향으로 19번 옛 국도를 지나가다 엄정면으로 들어갈라치면 오른쪽 산기슭에 화강암으로 만든 탑이 하나 서 있어 눈길을 끈다. 걸어가 자세히 보니 반공지사추모탑이라 적힌 추모탑이 세워져 있다. 그 오른쪽에는 나지막한 반공지사추모탑비(1985625일 건립)가 나란히 있고 반공지사추모탑에 봉인된 49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눈에 잘 띄는 곳에 세워진 것이 반공 관련 추모탑과 추모비다. 충주만 해도 한국전쟁 개전 초기 격전지여서 신니면에는 인민군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저지했다는 기념으로 세운 동락전투 전승비가 유명하다.

이렇듯 흔한 반공탑이어서 평소 답사를 다닐 때 눈여겨본 적이 사실 많지 않다.

그런데 김삼룡을 알고 싶어 처음 그의 고향 엄정면을 갔을 때는 추모탑에 궁금증이 생겨 유심히 살펴보고 비문도 읽어보게 됐다. 박정희 독재정권이 기세가 드높던 1978520일 건립한 반공지사추모탑의 비문은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오호라! 여기 반공 애국지사님들의 영령 앞에 삼가 머리 숙여 자유수호와 애향의 정념에서 북괴 공산도당들과 최후까지 투쟁하시다가 산화하신 임의 반공정신을 길이 후세에 전하며 멸공통일의 위업을 달성키 위한 정신적 표적으로 삼고자 하노라.

때는 1950625일 미명을 기하여 북괴 김일성 적도들은 평화스러운 대한민국에 민족상잔의 피를 뿌리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으며 더욱이 동년 74일 이 땅을 일시 점거하였던 공산도배들과 그 앞잡이들은 8.15 해방과 더불어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하여 국민운동을 전개하였던 민주 반공지도자 및 지방 유지를 수차에 달하여 무참히 학살하였으니 아! 어찌 잊으랴 그날의 만행을.

이제 님들이 가신지 어언 30년 이루지 못하신 조국건설을 우리들은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의 중진국으로 찬란한 새 역사를 창조하였으나 해가 거듭되고 풍요한 생활을 이룩할 때마다 가신 님의 멸공 호국정신이 더욱 우리를 사로잡으니 오늘 이곳 사랑하는 면민이 도화동에 한데 모여 넋을 위로하고 거룩한 뜻을 모아 이 땅에 붉은 이리들이 범치 못하도록 후세를 경계하기 위하여 이 탑을 세우느니 지나가는 길손들이시여!

경건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분향할지어다.”

 


 

비문은 반공정신, 멸공통일, 공산도당, 공산도배와 그 앞잡이들이란 용어들이 야만스럽게 적혀있고 심지어 붉은 이리들이란 단어도 보인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붉은 이리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까? 이 비문을 읽고 나면 도대체 엄정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있기는 한 걸까. 반공추모탑을 세운 이유가 반공정신을 후세에 전하며 정신적 표적으로 삼고자한다고 쓰여있다. 

반공탑을 넘어서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비문에 적혀있는 49명만의 희생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해방 전후로 충주의 모스크바로 알려진 엄정면에서 보도연맹원 수백 명이 처형당했다고 전해져왔다. 당시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충주시 살미면 출신 이구영(1920~2006)도 엄정면에서 보도연맹원 800명이 죽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부역자로 몰려서 죽은 이는 100여 명이 넘지만 그들을 기리거나 추모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흔적없이 죽은 사람들은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건설할 새로운 사회, 그 사회를 만들 새로운 사상 즉 사회주의를 신념으로 여기고 활동한 사람들이었다.

추모탑이 건립된 지 44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 후보로 인해 멸공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반공과 멸공을 앞세운 이데올로기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짓눌렀으며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왔다. 도처에 널려있는 반역의 기념비는 독재정권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모순을 설파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사회주의자들을 역사 속에 뚜렷한 흔적으로 남겨야 붉은 이리가 아닌 인간으로 복원하는 것이며 공산도배와 그 앞잡이로 규정된 김삼룡과 그의 벗들을 우리들의 동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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