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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의 기록
..... 영원히 잊지 못할 6만여 명과의 행진_이영기(104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7-11-21 조회 864
 

영원히 잊지 못할 6만여 명과의 대행진

- 한국웨스트노조 노보 맥박으로 보는 1988년 노동자대회 -

 

이영기(노동자역사 한내 자료국장)

 

  

1987년 노동자대투쟁은 노동자 문제의 해결은 노동자 자신의 투쟁에 있음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조설립, 노동환경 개선에 머무를 수 없었다. 1988년 노동자들은 노조를 지키기 위한 노조탄압저지 투쟁과 노동자의 단결과 자주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노동악법 개정 투쟁에 나섰다. 이러한 투쟁은 자연스럽게 지역별, 업종별로 연대, 단결하게 하고 자주적, 민주적인 노동조합 전국조직의 건설을 요구했다. 이러한 열망과 힘을 결집하고자 한 것이 1988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노동악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였다.

 

이러한 1988년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생각을 엿보고 싶어 당시의 노보들을 찾아보았다. 당시 마창노련 사업장인 한국웨스트노조의 노보 맥박에서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다.(현대정공노조 노보 맥박과는 이름이 같은, 다른 노보이다)

 

맥박 6(19881019)에는 화왕산 등반대회에 참가했던 일을 적고 있다. 11월 전국노동자대회 준비의 일환으로 권역별로 등반대회가 진행되었다. 맥박의 기록은 마산, 창원, 울산, 거제, 대구, 부산 등지의 영남권 노동자 2천여 명은 109일 화왕산에 올라 노동악법을 통한 노동자 탄압의 실제 사례 발표를 듣고 개정 투쟁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고 전하고 있다.

 

방위 산업체라 하여 파업을 못하게 한다는 건 사업주를 도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핑계이다. 군수품은 전쟁시가 아니면 생산된 것을 비축해 두기 때문에 파업을 하더라도 지장이 없다. 사업주는 오히려 민간 필수품 생산을 못하게 되니까 더 겁을 먹는다.”

 

현재 근로기준법 상 탄광근로는 6시간 근무로 정해 두면서도 시행령에서는 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을 인정해두고 있어 현재 9~12시간 일하고도 그 댓가를 못 받고 있다.”

 

노동조합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음에도 노동법이 그 권한을 부당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을 노동자들의 단결로 없애야 한다고 글을 맺고 있다.

 

맥박 7호에는 1113일 연세대에서 있었던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의 글이 실려있다. 서울에 가기로 했을 때의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었고 나 하나의 힘이 무슨 도움이 되랴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단결과 끈질긴 투쟁으로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적고 있다. 확신이기도 하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다짐처럼도 보인다. 한국웨스트노조의 참가자가 13명이지만 전국에서 연세대 노천극장으로 모인 수만의 노동자들을 보며 자신이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는 사람이 비단 나 하나뿐 만이 아니고, 우리 회사 사람뿐만이 아니고 마산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가슴 깊이 뭉클함을 느꼈다고 적고 있다. 그 뭉클함은 노동자 연대와 단결에 대한 확신, 다짐으로 이어진다.

 

우리 조합 잘 되어 간다하여 탄압받는 옆 사업장 본체 만체하면 전국의 노동자가 모인 의의가 없을 것이다. 전국의 노동자 하나되어 노동악법 개정에 나설 때 우리는 승리하리라.”

 

16쪽짜리 노보에 한쪽, 두쪽 분량으로 실린 글이다. 새로운 사실을 전한다거나 신선한 표현, 대단한 문장력이 깃든 글은 아니다. 평범하지만 생생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노동자의 기록이다.

 

* 참고자료

- 기나긴 어둠을 찢어버리고전노협백서11987~1998, 전노협백서 발간위원회 노동운동역사자료실, 논장, 2003

- 내사랑 마창노련, 김하경, 마창노련사 발간위원회, 돌베개, 1999

- 사진과 함께보는 노동자역사 알기, 노동자역사 한내, 2015

- 인터넷 자료 전국노동자대회의 기원’, 노동자역사 한내 뉴스레터,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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