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레터
..... 다시 읽는 현장
..... 기뻤던 날 슬펐던 날_한옥경 (42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2-06-10 조회 910
 

기뻤던 날 슬펐던 날

한옥경 (1984105일 민주노동 제6)

 

내가 OO회사에 들어온 지도 벌썬 18개월이 다 되었다. 그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7월의 일이다. 같이 작업하는 동생들이 잔업을 하기 싫어서 조장 언니에게 잔업을 빼달라고 하는데, 조장 언니는 쌀쌀맞게 하라면 해!” 하며 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나는 조장 언니가 미워서 동생들에게
오늘은 모두 도망가자. 내가 책임질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 잔업을 했는데 사람이 어떻게 견딜 수가 있어!”
한 애가 언니는 잔업을 시키지 않았는데 우리 때문에 야단맞으면 어떻게 해.” 하며 걱정해 주었다. 마음이 착한 동생들이 왠지 가엽게 느껴졌다. 객지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그들, 나와 같이 일하는 동생들은 모두가 다 자취생들이라서 나는 그들의 생활을 잘 모른다. 그날 같이 작업하는 동생들 5명을 그냥 집에 가라고 보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는데 이상하게 조용했다.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태연하려 애쓰며 작업에 임했다. 그날의 도망 사건이 무사히 넘어간 것은 조장 언니가 모두를 불러서 물어보았는데 각자 계획적으로 도망간 것이 아니고 자기네들이 자진해서 갔다고 5명의 입에서 다 똑같은 말을 해서 아마 내가 시킨 것은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모두 불려가서 야단을 맞았는데 나만 빠져서 죄책감이 생긴다. 이렇게 착한 동생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이 내게는 행복 중에 하나인 것이다.

지난 8월 몹시 무더웠던 날, 직장에 와서 일하는 게 힘이 얼마나 드는지를 내가 처음으로 느낀 날이다. 530분 퇴근시간이 끝나고 왁스청소를 한다고 모두 집합을 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왁스청소라니. 모두가 투덜대며 여기저기서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나도 왁스청소를 했다, 자그마치 한 시간 동안이나 왁스청소를 시켰다. “퇴근시간까지 작업을 했으면 그 다음은 우리의 자유시간이지 아니 한 시간씩이나 청소를 시킨담.” 하며 수군수군하기만 하지 어느 한 사람 나서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집에 가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목록
 
이전글 이념의 그늘에 묻힌 쓸쓸한 영혼의 노래_송시우 (42호)
다음글 노동자와 건강(6) 질병의 이해_이승원 (42호)
 
10254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공릉천로493번길 61 가동(설문동 327-4번지)TEL.031-976-9744 / FAX.031-976-9743 hannae2007@hanmail.net
6320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250 견우빌딩 6층 제주위원회TEL.064-803-0071 / FAX.064-803-0073 hannaecheju@hanmail.net
(이도2동 1187-1 견우빌딩 6층)   사업자번호 107-82-13286 대표자 양규헌 COPYRIGHT © 노동자역사 한내 2019.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