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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장면박물관도 있다는데 노동박물관은 왜 없을까요_양규헌(113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8-10-19 조회 660
 

짜장면박물관도 있다는데 노동박물관은 왜 없을까요.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인천지역 역사탐방을 하던 중, 짜장면 박물관(2012428일 개관)을 보면서 한 동지가 했던 말입니다. ‘짜장면과 노동박물관 비유는 우스꽝스런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심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천지역은 개항 이전부터 노동자들이 형성된 지역이었고 일제하에서도 노동운동이 항일운동화 되면서 저항운동의 발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짜장면 박물관은 있는데 노동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노동자 천시 경향이 우리 역사 속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천지역은 개항전후로 정미소, 부두노동자들의 투쟁과 성냥공장 노동자들의 지역 총파업투쟁으로 노동운동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해방이후 7~80년대를 경과하면서 동일방직, 대우자동차 등의 투쟁으로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 가는 민주노조운동의 발원지였습니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사안별 저항과 투쟁의 정당성과 흔적들은 노동운동사의 한 자락으로 간간히 이어져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냥공장 노동자들이 겪었던 빈곤과 처절한 저항의 본질보다는 여성노동자들을 천박하게 묘사하고 비하하는 노래를 만들어 군대와 남성들의 입에서 마치 풍자인양 불러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노동자가 생산자로서 경제발전의 주역으로서보다는 한낱 천시와 조소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치열했던 노동운동의 흔적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역사는 지난날 인간사회에서 일어난 사실 중에서 누군가에 의해 중요한 일이라고 인정되어 선택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것을 선택한 사람은 역사가라 할 수 있으며, 선택된 사실이란 곧 역사책을 비롯한 각종 기록에 남은 사실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역사란 결국 기록에 남은 것이며, 기록에 남지 않은 것은 역사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이래 노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의 역사는 계속되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상호작용하는 끊임없는 소통이며 역사는 기록하고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역사를 기록한다고 해도 그 기록물을 관리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기록 자체도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 뿐만이 아니라 미래까지 상호 작용한다는 확신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 역사는 투쟁의 역사

 

노동자 역사는 일하는 사람들이 살아온 그들의 생활과 문화이며 모순에 저항하는 투쟁의 역사입니다. 아울러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갖고 처지를 바꾸기 위해 정의롭게 싸워왔는데 그것을 지금의 역사는 감추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싸움이란 자신의 기본 권리를 찾으려는 투쟁이며 그 권리는 침묵하거나 잠자는 사람에게 결코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본의 끊임없는 착취에 맞서 싸워온 노동자 역사는 늘 왜곡되고 소외되어 왔습니다. 어디에서도 노동자들이 사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계급이라는 설명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 아니라 권력자(지배계급)의 검열을 통과한 특정 해석일 뿐입니다. 때문에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고 물을 때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어떤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사인가에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목격했던 역사의 중심은 모두 지배 권력의 역사였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고 착취, 차별하는 세상을 끝장내고,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이 사회에서도 쓸모 있고, 먹고 살 걱정 없이 올바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면 가능하다고도 할 수 있고 그런 꿈과 희망을 가슴 가득 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권리를 찾기에는 도처에 깔린 모순과 억압 장치들이 널려 있어 권리를 향한 행보는 중단되고 맙니다. 그것은 바로 자본이 기획하는 다양한 통제장치는 물론 이데올로기의 재생산 때문입니다. 벽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자본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체성과 위대한 노동자역사의 의미를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동자투쟁의 역사를 보존하고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장을 만드는 것은 노동자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박물관은 노동자계급의 자존심입니다

 

노동자역사 한내는 노동운동의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노동자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목적으로 2008년 동지들의 결의를 모아 만들어졌습니다. 나아가 노동자를 역사의 주체로 세우고 민주노조운동 정신을 계승, 발전하기 위해 전시와 역사기행, 탐방과 교육사업, 출판사업(투쟁백서 등)을 진행해 왔습니다. 크고 작은 과제를 수행해 온 배경에는 노동운동역사 자료관의 임무이기도 했지만 더 많은 자료와 박물을 대중에게 전시하고 연구할 수 있는 박물관을 설립한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나아가 이 꿈은 노동자계급 모두의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노동자역사 한내 사업 10년의 성과를 모아 자료관의 위상을 넘어 박물관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려 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동지들의 참여와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40여 평의 공간에서 200평으로의 이전이 쉽지는 않지만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몇몇이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라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노동운동이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에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박물관으로의 출발은 자료와 박물을 보여주는 공간으로서의 위상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정신과 열사들의 투혼을 노동자 대중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된 공간이 민주노조운동의 투혼을 살려내고 정체성을 확립하여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내를 설립했던 정신으로, 자료관을 확장했던 열정으로 다시 한 번 동지들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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