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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순대국 드시러 오세요
이영기 (노동자역사 한내 자료국장)
“야! 요즘 어디 있냐? 아직도 성공회대에 있냐?”
“나? 나는 영등포에 있지”
“그래? 영등포에서 뭐하는데? 잘 지내고 있는 거냐?”
“하하 난 언제나처럼 잘 못지내고 있지~ 크크. 영등포에선 노동운동기록물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래? 암튼 잘 지내라, 크크. 언제 밥 한번 먹자”
“그래 그래. 영등포 근처로 오면 전화 때려라. 내가 비싼 건 못 사주고 순대국 정도는 사줄 수 있다.”
“그래? 그 집 잘하나?”
“어 그럼. 그 집 괜찮다. 영등포 역전에 있는 집들보다 훠~얼 낫다. 서비스 안주로 나오는 수육 한 접시가 짱이다. 단골들만 준다. 하하”
한내로 출근을 한 후로,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름난 순대국>집을 자주 드나들게 된 이후로는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들이나 선, 후배들과의 통화를 의례 순대국 약속으로 마무리하곤 한다.
여기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나의 단골집 <이름난 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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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3개에 4명이 둘러 앉으면 꽉 차는 조그마한 마루 하나가 이 집 손님들을 맞이할 자리의 전부이다. 하지만 어머님이 내어 놓는 순대국 한 그릇은 테이블 숫자나 마루크기와는 반비례한다. 양도 맛도.
하지만 그 전에 내 입맛을 다시게 하는 것은 소주 한 병 주문에 서비스로 내어주시는 수육 한 접시이다.

질기지도, 흐물거리지도 않으며 연하며 쫄깃쫄깃하다. 쌈장이나 새우젓에 찍어먹는 맛이 그만이고 김치와 함께 소주 안주로는 제격이다. 순대국보다 이 수육 한 접시가 더 생각나 오는 때도 있다. 어쩌다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 날들도 있었는데 어찌나.....섭섭하던지. 하지만 지난 겨울부턴 언제나 잊지 않고 나오는 서비스 안주이다. 오늘은 나올까? 안 나올까? 이제는 맘 졸일 필요 없다.
드디어 순대국 등장. 밥이 국밥그릇 바닥에 말아져 있고 그 위에 맑고 뽀얀 육수가 부어지고 머릿고기와 순대가 듬뿍이다. 파송송 뿌려져 있고 양념장과 들깨가 담뿍 얹혀 있다. 물론 양념이나 들깨는 입맛 따라 따로 달라 미리 말씀드리면 미리 넣어 오시지 않고 따로 내어 주신다. 순대만 넣어 먹는 이, 머릿고기만 넣어 먹는 이, 그냥 보통으로 둘 다 넣어 먹는 이 입맛 따라 식성 따라 주문하면 어머님이 그대로 해 주신다. 나는 밥량이 작아 밥을 반으로. 그리고 식성 따라 순대만 넣어 달라 부탁드린다. 그것도 이제는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내어 주신다. 남들보다 적게 먹는 것 같아도 워낙 많은 양에서 반을 던 것에다 수육까지 보태면 왠만한 식당에서 2공기밥을 먹은 듯 하다.

사실, 사적인 전화통화 내용으로 이 소개를 시작했지만, 이 곳은 한내 식구들과의 단골집이다. 매일 매일 드나드는 곳은 아니지만 따로 정해 놓은 날이 아니어도 누구 한 사람 “오늘 순대국?!”을 편하게 외칠 수 있고, 2명도 좋고 4명도 좋고 6명도 좋고 그 날은 조촐한 회식 아닌 회식날이 되어 편하게 한 그릇, 즐겁게 한 잔하고 기분 좋게 나설 수 있다. 추운 겨울 밤도 순대국 한 그릇에, 식구들과 함께 한 시간에 몸도 마음도 훈훈해진다. 이 집은 그 맛에 간다.
영등포 역전 왠만한 순대국집보다 싸고 맛있고 작고 조촐해서 정감 가는 집
한내에서 5분이면 가 닿을 수 있는 단골집 ‘이름난 순대국’.
순대국 한 그릇 하지 않으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