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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서민의 원기충전제 포항물회, 국민 7차 물회집
첨부파일 -- 작성일 2009-06-02 조회 1136
 

노동자 서민의 원기충전제 포항물회, 국민 7차 물회집

이남진(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지난 밤 전투적 조직사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출근부터 화장실로 직행했다. 조용한 정적만이 흐르는 공간에 휴대폰이 울렸고 누가 들을 새라 얼른 받았다. 내용인즉슨 지역의 맛집 하나 소개하는 글 좀 써달라는 것. 전화 받는 공간도 그러려니와 일촉즉발의 신체적 상황과 완곡히 사양할 시간을 할애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럼 쓰겠다고 했지만 금세 떠오르는 곳도 없고 뭐 아무거나 주는 대로 있는 대로 잘 먹는 식성이라 특별히 어디를 추천할까 고민만 잔뜩~ 각설하고 추천할 음식은 ‘포항물회’, 맛집은 포항 철강공단 옆에 위치한 ‘국민 7차 물회집’이다.
 

포항물회

회는 회인데, 그냥 ‘회’가 아니라 ‘물회’다. ‘물에 말아먹는 회’라는 뜻이다. 갓 잡은 흰 살 생선을 잘게 썬 후 맛좋은 배와 싱싱한 오이, 당근 등 야채와 쪽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넣고 깨소금과 식초, 참기름, 김 가루를 쏠쏠 뿌린 다음 손수 담근 고추장으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만든 볶은 고추장 양념을 풀어 비빈 후에 냉수를 부어 마시는 음식이다. 물회가 동해안의 별미라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곳이 바로 포항이다. ‘포항물회’는 거의 고유명사처럼 쓰일 정도다. 말 그대로 포항이 이 물회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포항의 어부들이 포항 앞바다에서 풍어를 이룰 때, 끼니를 챙겨먹을 사이도 없어 바쁜 나머지 갓 잡아 올린 생선살을 잘게 썬 다음 야채와 함께 고추장을 풀고 물을 부어 한 사발씩 후루룩 들이켰던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정신없이 바빠 빨리 회를 목으로 넘겨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를 말아먹을 만큼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출어할 즈음 간밤 늦게 까지 마신 술을 시원하게 해장하기 위한 음식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만 유행했지만, 그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어 차차 현장 노동자들까지 즐겨먹게 되면서 포항 사람들이 즐겨먹는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포항물회에는 포항을 비롯한 영일만 일대의 풍요로운 어장의 상징이며 어부들의 삶이 녹아있는 음식, 치열한 노동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음식으로 으뜸인 게 ‘회’이지만 물회는 그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서민적인 음식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시사철 바다 맛을 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다. 지금은 전국의 바닷가는 물론 내륙지역 어디서나 ‘물회’를 메뉴로 하는 식당이 있지만 물회 하면 역시 ‘포항물회’가 으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종류도 다양하고, 그 맛 또한 정통이라 할 수 있다.
 

국민 7차 물회집

물회 맛의 비결은 흰 살 생선의 활어와 손수 만든 고추장 양념이다. 거기에 하나 더 ‘국민 7차 물회집’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별미가 추가로 나온다. 바로 미역국이다. 뭐 흔한 미역국이 무슨 별미냐고 반문 할지 모르겠지만 단호히 말하자면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다. 숟가락으로 한 입 맛보면 숟가락을 놓고 사발째 들이마시고서는 ‘여기 미역국 한 그릇 더 주이소’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몇 번이고 ‘이거 우예 만드능교. 암만해도 집에서는 이 맛이 안 나는데...’ 그러면 돌아오는 이모의 한마디 ‘그냥 그래 끓이면 되니더~’ 하면서 웃기만 하니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꼭 파헤치고 싶은 또 하나의 숙제다. 음식의 주객이 뭔지 헷갈리게 하는 식당이다.

또한 ‘물회’의 진미는 역시 물을 적당히 넣고 생선과 양념이 서서히 물에 스며드는 동안 후루룩 시원하게 목으로 넘기는데 묘미가 있다. 보드라운 생선살과 새콤한 양념, 그리고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은 야채가 한데 어우러져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맛이 감칠맛이 돌면서도 깔끔하다. 흰 살 생선이 함유한 풍부한 단백질과 함께 미각을 만족시켜주는 시원한 맛 때문에 물회는 스트레스에 지친 몸과 숙취를 푸는 데 더없이 좋다. 속 풀이에 제격인 물회는 ‘생선냉국’ 혹은 ‘술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연일 밤새 2차, 3차로 이어지는 자칭 전투적 지역조직사업(?)으로 부서진 속을 달래는 데는 최고의 음식이다. 여기에 밥이 부대끼면 소면만으로도 충분하다. 포항물회는 원조격인 ‘포항물회’, ‘신포항물회’ 등을 비롯해 포항 죽도시장에 가면 즐비한 식당에서 쉽게 맛볼 수 있지만 포항 철강공단 내에는 이렇다 할 식당도 없거니와 ‘민주노총이시더, 몇 명 가니더~’ 단골만이 누리는 특권인 전화 한 통화면 미리 준비 해놓는 센스와 ‘벌써 왔능교’라며 맛을 돋구는 수수한 포항 사투리로 맞이하는 주인아줌마. 테이블은 불과 6개 밖에 없고 단 두 명이서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지만 정성스레 만들어내는 엄마손 같은 맛과 소박한 정겨움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식당이다.

MB정권의 노동탄압은 점점 강고해지고 각 지역마다 연일 이어지는 투쟁에 몸과 맘도 지치신 동지들, 거기에 날씨마저 미쳐가는 요즘. 잠시 짬 한번 내서 포항 앞바다 바라보며 투쟁의지 다지시고 머리까지 맑아지는 시원한 포항물회 한 사발로 갈증 난 속내 달래며 원기백배 충전해서 투쟁의 전선에 다시 나서봄도 좋을 듯하다.

속 푼다고 포항물회 먹다가도 반주 한잔 땡겨서 소주 한 병 시켜서 한두 잔 걸치게 되고 그러다 쭈~욱 달리게 되니 이것만 주의(?)하면 포항물회의 진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 찾아가는 길 : 포항 철강공단 옆 오천 문덕 농협 네거리에서 국민 7차 아파트 앞 대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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