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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기록으로> 구술, 어떻게 받나_정경원 (35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1-11-14 조회 960
 

기억을 기록으로

구술, 어떻게 받나

정경원 (노동자역사 한내 자료실장)

기억을 기록으로 만들어내고 역사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구술채록 뿐 아니라 사료 검증, 기억과 주관에 대한 분석이 잘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따지다 보면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선, 기억을 기록으로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여 구술채록을 해보자.

구술채록과 윤리
면담자가 지켜야할 자세가 몇 가지 있는데 이는 구술채록을 시작하기 전에 꼭 숙지해야 한다. 잘못한 구술, 윤리를 벗어난 구술자료 활용은 구술자의 입을 영영 닫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면담의 목적과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구술자료의 보관과 활용에 대해서도 미리 알려야 한다. 구술을 받는 기관은 해당 연구뿐 아니라 이후 연구를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동의를 받고 상업적 출판 등에 활용하게 될 경우에는 별도의 협의를 거치는 등 절차를 밟겠다는 점을 확인하여야 한다. 구술채록은 구술자와 면담자의 공동의 산물이다. 구술자가 자기 기억을 이야기하는 형식이지만 면담자가 그 기억을 이끌어내고 함께 공유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면담자는 구술자가 녹취록을 검토하고 공개 제한하기로 하였다면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주제와 구술자 선정
사전에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본격적으로 구술채록 준비에 들어간다.
우선 연구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연구 주제를 선정한 다음 구술자를 찾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삶의 이야기를 주제로 잡는다면 주제에 따라 적정 대상을 찾으면 되고, 한 노동자의 삶을 통해 노동과 조직의 역사를 구술 받을 수 있겠다 싶으면 그의 삶의 흐름에 따른 내용을 구성하면 된다.
주제를 선정한 후에는 그에 맞는 자료를 수집해 내용을 미리 검토한다. 구술자와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이 갖고 있는 자료를 수집하면 더 풍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구술자를 발굴하게 되기도 한다. 어떤 사건이나 한 시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경험이 많은 사람을 추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술채록은 1 : 1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속내를 털어놓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에 따라서는 집담회를 활용하여 서로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말꼬를 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질문지 작성과 구술자 선정
연구 목표와 방향에 따른 질문지를 작성하는데 추상, 구체를 넘나드는 것이 좋다. 질문은 실제 구술을 받다 보면 변화하므로 꼭 그대로 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가이드로 활용해야 자연스럽다. ‘’, ‘아니오로 답이 나올만한 질문은 피하고, 기억과 이야기의 맥을 트는 질문으로 구성해야 한다. 프로젝트라 구술자가 여럿이라면 공통질문과 개인이 특별히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한 질문을 나눠 준비한다.
구술자를 정했다면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를 소개하고 연구 목적, 구술채록의 의미, 구술자료의 활용, 관리에 대한 책임 등을 메일로 미리 알리는 게 좋다. 한 사람의 삶과 심리를 분석하기 위한 구술채록이 아니라면 질문지를 미리 주는 것도 좋다. 노동자역사 한내처럼 구술자료 관리규정을 갖고 있는 기관이면 함께 알려준다. ‘이 어떻게 떠돌아다닐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지 않는 게 필요하다.
구술자를 만나면 신뢰감을 줘야 말문트기가 쉽다. 연구주제, 연구기관이 공식적이라면 기본적인 신뢰가 있을 것이고, 첫인상, 인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술 등도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된다. 이는 경험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자꾸 해보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익히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라 다수의 면담자와 구술자가 있다면 면담자와 구술자 짝짓기를 잘 하는 게 필요하다. 구술자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면담자였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여 배치한다. 구술자가 면담자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구술자가 이야기하는 이유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면담
구술채록을 하면서 자주 있는 실수가 장비가 오작동하여 녹음이 안 되는 경우다. 녹음기(혹은 영상), 건전지, 마이크를 준비하고 사전에 시험해본 뒤 시작해야 한다. 수시로 장비를 체크해보고 전문용어, 등장인물 등은 노트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 구술장소는 자택이나 현장이 좋고 주변에 사람이 많아 시끄러운 곳은 피하는 게 좋다. 녹음 장비가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실외에서 녹음하면 소리가 퍼져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하면 실내에서 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을 주는 면담자, 대화의 상대, 말하고 싶게 잘 듣는 면담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면담자는 내가 알고 싶은 것에만 반응하지 말고 구술자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술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수시로 체크하고 저 사람이 원하는 것만 말하게 된다. 그러면 이면의 더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비언어를 주시해야 한다. 구술자의 행동, 표정, 말의 속도와 높낮이, 목소리, 눈빛, 침묵. 이런 것들이 어떨 때는 말보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구술자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도 면담자가 원하는 정보가 없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면담자가 개입하여 비평적 질문, 사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다. 프로젝트인 경우는 다른 연구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질문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면담자가 시간에 쫓기거나 욕심을 부려 말을 많이 하면 구술자는 말하고 싶은 생각을 잃을 수 있다.
주제에서 벗어난 구술, 사실과 다른 기억에 대한 대응도 필요한데, 자연스런 대화로 맥을 잡아줘야 한다. 유도형, 교육형, 강요, 감정적 질문은 피해야 한다.

녹음기는 언제 끄나
?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확인한 후 끄되 녹음기 끈 다음에도 기억나는 게 있어 이야기할 때는 다시 켤 수 있도록 옆에 두는 게 좋다.
이렇게 마무리한 다음 면담후기를 적어놓아야 한다. 면담자의 느낌과 기억도 시간이 가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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