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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내의 노동자 기록
한 땀 한 땀 투쟁정신으로 수놓은 깃발
정경원(노동자역사 한내 자료실장)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때 민주노총은 노동박람회를 개최하였다. 선전, 홍보, 전시, 노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슈를 알리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 노동자역사 한내도 참여하였다. 한내는 사진 및 박물 전시를 했다. 책으로 보는 노동운동사가 아니라 투쟁 현장에서 나부꼈던 깃발, 현수막, 주장을 알리기 위해 둘렀던 머리띠, 티셔츠, 버클...
1990년대 노동운동을 ‘역사’로 배우는 학생들은 신기해서, 그때 투쟁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감회에 젖어, 간부들은 조합원들 손을 이끌고 전시 천막을 찾아왔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더 눈에 띄게, 더 많은 조합원들이 볼 수 있었을 텐데.
전시 물품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손수 만들어 들었던 깃발이었다.
부산노련 장산곶매 깃발, 마창노련 선봉대 깃발...... 옛
일을 알 리가 없는 학생들이나 젋은 노동자들은 그게 손으로 만든 것인 줄도 모른 채 돌아보고 있었다.
뜨거웠던 1990년대 현장에서 선전부를 담당했던 한선주 동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옛날에는 직접 다 그리고 쓰고 했어요. 깃발 만들기, 구호 적기, 그림 그리기가 파업 프로그램으로 배치되었거든요. 공장 바닥에 밑그림을 그려놓으면 조합원들이 다 붙어서 색을 칠하고. 정말 호응이 좋았거든.”

주먹을 불끈 쥔 모습을 그린 마창노련 선봉대 깃발도 선봉대원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마창노련 선봉대는 전국적으로도 강인하다고 소문났었다. 그들이 앞장서면 든든했고, 경찰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원천봉쇄해도 거뜬히 뚫고 대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1989년 11월, 밤새 관악산을 넘어 경찰과의 혈투 끝에 서울대로 들어온 노동자들 아닌가.
노동자역사 한내에는 이런 박물들이 여럿 있다. 상자에 담겨있는 게 아깝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선배노동자가 최루탄 속에서 흔들었던 얼룩진 깃발을 보며 투쟁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자신의 역사를 소중하게 새길 수 있도록 하는 전시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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