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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알림] 창간준비 4호부터는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법률활동가들이 고정꼭지를 맡아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법정투쟁을 겪으면서 만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으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일하는 권두섭 변호사의 글을 싣습니다.
[창간준비4호] 법정에서 만난 노동자
그 선생님의 사정 1.
글 : 권두섭 (발기인, 민주노총 법률원) / 삽화 : 안태윤 (후원회원, 변호사)
오늘도 제자 3명이 졸업을 한다. 이 학교에 와서 2년간 정이 든 아이들이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그 녀석들 집안 사정이며 소소한 것들까지도 다 안다. 이번에도 영수란 녀석만 중학교 진학을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진학을 포기했다. 어렵사리 진학을 하게 된 영수도 학교가 멀어 당장 이사를 가지 않는 한 매일 1시간씩이나 아버지 차를 타고 통학해야 한다. 중학교를 다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머지 두 녀석은 이제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녀석들 집안 사정과 언젠가는 세상에서 부모님과 이별하게 될 텐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를 생각이 가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아직 남아 있고 새로 온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시골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어느 선생님이 오늘 이 법정에 서게 된 이유이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년 아이들과 이별을 하며 이제 배울 수도 없고 친구도 없는 감옥 아닌 감옥으로 가야 하는 제자들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선생님이었다.
그 때부터 그는 언젠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하여 장애 학생들의 부모들과 동료 교사들과 장애인운동을 하는 분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장애 학생들이 최소한 고등학교까지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까운 학교에 특수학급을 만들고 특수교육보조원을 배치하는 등 장애인 교육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두라는 장애인 교육법 제정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직 그 길은 멀어 보이지만 이번으로 이미 네 번째 법정에 선다.

공소사실이래야 별 것(?)도 아니다. 장애 학생 부모님 20여 명과 함께 정부종합청사 안과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한 것이 전부다. 굳이 법으로 따지자면 건조물 침입에 집시법 위반인 셈이다. ‘인지상정’이란 법으로 보면 그냥 웃고 넘어가도 될 법도 한데, 벌금형도 아니고 굳이 정식기소까지 한 공안검사는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싶다.
지난 번에도 교사라는 사정을 고려해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또 이렇게 하면 어쩌냐면서 재판장이 걱정 섞인 타박을 한다. 그 선생님의 사정을 가슴으로 이해한 덕인지 재판장은 다시 벌금형을 선고해 주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하였을 것이고 다시 제자들을 감옥 아닌 감옥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법정에 서게 된다면 이번엔 그를 법정으로 보낸 그 선생님의 자리도 빼앗기게 될 것이지만 아마 곧 그를 다시 법정에서 볼 것만 같다.
주 1. 교사는 벌금형이 아닌, 금고나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더 이상 교사직을 유지할 수 없다. 결격사유로 당연퇴직이 되도록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