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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작성일 2009-09-27 조회 913
 

사회봉사명령

권두섭(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형사재판에서 가끔 사회봉사명령을 같이 받는 경우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집시법 위반 등 노동사건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사회봉사 80시간 이런 식의 내용을 붙이는 판결이 등장하였다.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해 온 동지의 몇년치 집회 관련 사건들을 모아 모아서 했던 재판에서 느닷없이 사회봉사명령이라는 걸 받은 적이 있다. 그동안 십년이 넘게 사회봉사(?)를 해 온 셈인데 그것도 사회봉사(?)를 하다가 당한 재판에서 사회봉사라니...

이런 유형의 사건에 사회봉사명령을 붙이는 것은 제도의 취지상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며 다투었지만 상급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판결이 확정되어 80시간으로 기억하는 그 사회봉사를 해야만 했다. 하루 8시간, 주 5일 동안, 꼬박 2주를 휴가 아닌 휴가를 받아 다녀왔는데, 마침 김장철이라 사회복지시설에서 노인들과 고아원에 보낼 김장을 담그는 일을 했다고 한다. 같이 재판을 받은 다른 동지는 목욕차로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목욕을 거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참 재미있었고 휴가 같은 휴가였다고 했다. 오랜만의 육체노동을 해서인지, 같은 사회봉사지만 다른 자리의 일에 대한 색다른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보고를 하는 동지의 말은 진담이었다. 바쁘고 일 하나하나가 간접적인 정신고통을 수반하는 업무가 된 노동조합의 상근자라면 기분 나쁘게 판결을 받아서 갈 것이 아니라 1년에 한번쯤은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그땐 그 말의 반은 미안해하는 변호인을 위로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지금은 실제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연말에 금속노조 중앙 임원들과 상근 동지들이 저소득층에 연탄 배달을 한 적이 있었다. 다른 관점에서 비판도 있었지만 정작 그 일을 한 동지들은 기분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부터는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가을 즈음에는 정기적으로 농활을 가는 것을 어떨까. 투쟁기간 동안, 직접적인 투쟁이 끝나고도 2-3년동안 해고와 손배와 노조탄압을 지켜보면서 계속 간접적인 정신고통을 겪어야 하는 법률원 동지들에게도 한번 제안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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