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어느 정도 모았으면 그것을 검토하고 서술을 시작해야 한다. 자료를 분류하다 보면 중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가목차를 더 세부적으로 짤 수 있다. 이를 뼈대로 하여 자료를 배치하는 것이다.
자료를 취사선택하는 데서부터 관점이 투영되기 시작한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쟁점별로 대립되는 주장을 명확히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배치해야 한다. 이때 주장별 자료 양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자료가 많이 남아 있는 주장은 당시 현실적으로 힘을 가졌는지와 무관하게 후대에 비중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백서를 만들 때는 기록 양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시의 흐름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보충 방편이 구술이기도 하다.
구조는 총론식 구조, 총론과 각론의 혼합식 구조, 각론식 등이 일반적 구조이다. 그러나 서술 구조는 정해진 바가 없으므로 각 조직에서 논의를 거쳐 창의적 방식을 택하면 될 것이다. 다만 조직의 역사를 정리할 때는 한눈에 흐름을 알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큰 틀로 시기 구분을 하고 그 안에 주요 사건과 쟁점, 부문별 서술을 배치하는 방식이 무난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서술범위를 정한다. 일정 기간 혹은 특정 사건을 기준삼아 서술 범위를 정하고, 전국조직인 경우 중앙과 지역의 서술 분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한 후 자료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대항목, 소항목, 각 항목의 개요를 적고 이에 필요한 자료를 체크하여 검토한다. 공동집필의 경우 더욱 주의 깊게 해야 한다. 각자 맡은 부분을 통일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본다.
주요 근거가 되는 1차 자료는 원본을 최대한 살려 싣되, 자료의 작성자, 출처, 제작일, 배포된 집회 등 자료의 배경을 설명으로 달아준다. 그래야 자료가 글 속에서 어떤 위치, 의미를 가지는지 해석할 수 있다.
주요 논쟁점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는 근거들을 실어 이후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한다. 논쟁점을 정리하는 게 조직의 역사를 정리할 때 가장 예민한 부분인데 왕도가 없다. 당시 자료를 바탕으로 실어주고 주장을 균형있게 정리하는 수밖에. 가능하다면 조직 내에서 평가 좌담회를 해 볼 수도 있다.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필자가 투쟁백서나 노조사를 쓸 때는 투쟁 당사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직접 경험과 평가글을 써보게 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이 각 부분을 나눠 당시 기억을 정리하게 하였고 이후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비교하며 정황을 보충하고 ‘사실’을 종합하였다. 글이 안 되면 말로 하면 된다. 함께 작업하면서 자기경험을 넘어선 관계를 밝혀가며 당시를 전체적으로 재구성하고 평가할 수 있다. 토론하며 간접경험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생생함을 위해서 몇 가지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틀을 기획할 때 이야기적 구성에 따라 배치하고, 인용하는 문구나 사용하는 언어도 조합원들의 언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당시 발간된 선전물, 노보, 게시판 글을 보면 좋다.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도록 묘사 방식을 택하면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영상 자료를 검토하고 그것을 글로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술을 활용할 경우 상황이나 처지를 설명하는 구술을 따다 배치하면 생생함을 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글을 쓴 후 본문에 맞는 사진을 배치한다. 서너쪽당 하나 정도를 배치하고 주요 투쟁일 경우 상황 변화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다.
다 쓴 다음에는 교정, 교열을 철저하게 본다.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해 보고, 여러 사람이 돌려본다. 특히 자료편 및 연표와 본문의 사실관계 확인을 꼼꼼하게 한다. 백서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므로 자료 간 사실관계가 확인되어야 신뢰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제작된 백서는 당시의 기록이면서 동시대의 평가다. 역사는 계속 새롭게 쓰여진다고 할 때 동시대를 정리한 백서는 또 다른 기록과 평가를 위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