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일꾼들에게 권하는 책, <유혹하는 에디터>
양돌규(노동자역사 한내 조직국장)
우리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글쓰기의 중요성은 나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데 영문 또는 다른 나라말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국어라 부르는 한글로 글을 쓰면서도 우리는 자신의 글재주에 실망하거나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단순히 글 쓰는 일만이 아니라 노보, 잡지, 인터넷신문, 뉴스레터 등을 담당하고 있는 선전일꾼들일 경우에는, 이른바 편집자일 경우에는 더 난감할 때가 많다. 편집자는 그것들의 기사 일부를 쓰거나 제목을 붙이거나 순서를 바꾸거나 등 매체의 기획과 편집에 관한 여러 일을 두루두루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하다못해 자기 블로그 하나를 관리하면서도 제목을 뭐라 붙일지, 사진과 글의 문장을 어떻게 조화롭게 가다듬을지 등등 막히고 부딪히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출간된 <유혹하는 에디터>는 이렇게 글쓰기, 편집과 기획 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지침서이자 또 생생한 사례가 풍부하게 들어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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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고경태 기자는 베테랑 편집자다. 그는 한겨레21에서 12년 8개월동안 ‘편집기자’로 일했다. 편집기자는 잘 알다시피,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일선에 나가 취재하는 ‘취재기자’가 아니라 그렇게 들어온 원고들을 오리고 붙여 배열하고 표지를 만들고 표지에 들어갈 ‘눈에 확 띄는’,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제목을 뽑거나 하는 일을 하는 직무다. 그 뒤 그는 ‘편집기자’ 출신으로 한겨레21의 편집장을 맡았고 한겨레신문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ESC>>라는 지면의 책임자가 되기도 했다. 그때도 여전히 하는 일은 주로 편집, 기획과 관련한 일이었다.
이 책은 제목 뽑기, 표지와 광고 이야기, 지면 관리의 영역을 넘어 카피 쓰기, 편집자를 위한 글쓰기 개론과 기획론과 매체론까지 편집의 입문부터 실전까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편집 실무서라 할 수 있다.
이 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메마른 투사여, 새로운 단어를 갖자”는 글이다. 저자가 2008년 처음으로 노동운동 선전일꾼 교육을 갔을 때의 경험담을 쓴 것이다. 저자는 금속노조 산하 각종 지부 신문을 예로 들며 선전일꾼들을 질타했다. ‘다’자로 끝나는 제목, ‘쟁취/분쇄/사수/투쟁/돌파’ 등 상투적 단어의 반복, 성명서투 문장 등은 차라리 사소하다. 그는 노조 매체들에 대한 종합진단을 내린다.
첫째, 제발 무엇을 전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전할 것인지를 고민하자
둘째, 선전, 선동에 관한 (기존의 관행대로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자.
셋째, (획일적인 매체가 아니라) 각자 색깔 좀 내자.
넷째, 구호가 아니라 이야기를 쓰자.
다섯째, 유머를 갖자.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재밌다는 것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상큼한 쥬스 같지만 그러면서도 영양 많고, 때로 쌉싸름한 깨달음도 없지 않다. 이 책에 대한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추천사가 적절하다.
“광활한 모니터 위에서 하염없이 껌벅거리는 커서의 재촉을 받으며 머리를 쥐어뜯는 바로 그 고독한 순간에, 나의 등을 떠밀고 토닥여줄 지혜로운 매뉴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