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약자 혁명-미국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이유』
츠츠미 미카 지음|이유철 옮김, 메이데이
김정원_아카데미아 코뮤닉스 http://communix.or.kr 연구원

저는 부모입니다.
제 얼굴을 보면 슬픔과 아픔이 보이지요.…
왜 저는 제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을 해야 하는 걸까요? …
왜 제 볼에 눈물이 흐르는 걸까요?
왜 저는 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걸까요?
왜 제 아이는 관에 넣어져 돌아온 걸까요? 왜 우리들은 평화롭게 살 수 없는 걸까요?
-왜 우리들은 평화롭게 살 수 없는 거죠? / 이반 메디나 ‹151쪽에서›
한 어머니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버린 자신의 아들을 그리워한다.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군에 입대하게 된 그 여인의 아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이는 한 여인만의 이야기가 아닌, 미국 사회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다 낮은 곳을 향한다면 얼마든지 말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전쟁 플랜을 위한 약자들의 희생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도 없는 할렘가에,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건너온 밀입국자들에게, 그리고 가난으로 인해 어떠한 기회도 없는 마이너리티들에게는 자신의 국가에게 버림받은 이야기가 얼마든지 있다. 입대 밖에 달리 선택할 수 없었던 그들에게 그들의 나라 미국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제시한다. 결국,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그들을 울렸다. 제대 후, 취직이 보장된다는 여우같은 약속이 그들을 죽였다.
그들의 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등학생들에게까지도 군사훈련을 감행한다. 전쟁에 익숙해진 고등학생들에게 뱀 같은 군 모집인들(recruiters)의 군대로 오라는 손짓에 많은 청소년들이 걸려들게 된다. 이들 중, 제대 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소수이며, 졸업하는 이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 밖의 이들은 죽거나, 혹은 정신적 장애를 가져 더 나빠지거나이다.
미국의 전쟁 비즈니스가 무섭다는 이유가 이처럼 춥고 배고픈 자들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최대의 이윤을 만드는 전쟁에 없는 자들이 총알받이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빈곤한 사람들의 수는 남한 사람들의 인구와 비슷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군 입대라는 것이 참으로 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러한 진실을 깨닫게 된 이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들을 잃은 한 여인에서부터, 제대하고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만행이 더 이상 일어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일반 회사원과 학부모, 주부, 이라크에 파병되었다가 제대한 군인들이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미카와 그 밖의 저널리스트들까지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는 전쟁도, 자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미국도, 속임수를 일삼는 군대도 전쟁에 희생당한 이들 앞에서 절대 당당할 수 없다.
그러기에 가난한 사람들이, 힘없는 사람들이, 아들을 잃은 사람들이 미국에 맞서고 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군 모집인들의 사탕발림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아메리카 약자 혁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는 팍스 아메리카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높았다. 그리고 더 이상의 희망이 저 땅에 있을까 하는 의문을 지닌 사람들 역시 많아지고 있다. 자국민을 희생시키면서 까지도 이윤을 남기려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에 평화가 오는 것일까? 자본주의의 꼭대기의 나라인 미국에 희망이 남아 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약자의 여리지만 결코 여리지 않은 저항의 소리가 아닐까 한다. 책의 저자 미카의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부탁을 하고 있다. ‘우리 아들이 왜 죽었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주세요!’, ‘미국이 지금 어떠한 짓을 우리에게 하고 있는지 일본 사람들에게 회자되게 해주실 수 있나요?’
손에 손을 맞잡자고 미카는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미국에 희망이 보다 더 빨리 싹틀 수 있을 것이다. 역자가 말하는 전 세계 약자들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개 열 마리는 범을 물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