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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역사
..... 폭력 앞에 목숨 걸고 투쟁한 후꼬구, 덕부진흥 노동자들_정경원 (97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7-02-15 조회 1779
 

창조컨설팅, SJM, 유성기업, 쌍용자동차..... 잊을 수 없는 용역의 폭력. 20년 전 안산의 두 노동조합은 용역깡패의 폭력 앞에 목숨 건 투쟁을 했다. 당시 노동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덕부진흥과 후꼬구의 탄압은 단위노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회사와 노동조합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류입니다. 탄압의 양상을 볼 때 회사만의 힘으로 이러한 치밀한 탄압을 할 수 없습니다. 자본과 정권이 나서 탄탄한 중소사업장부터 경영합리화 전략과 함께 노동조합의 씨를 말리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탄압의 성격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끊임없는 연대투쟁으로 사회쟁점화 시켜야 합니다. 현재의 노동법개정투쟁, 이후 계속되는 투쟁 속에서 전국적인 연대투쟁을 벌여내면서 정치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탄압 사업장에서는 해고자를 중심으로 투쟁을 벌여나가면서 끊임없이 들썩거리고 압박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 조합원들도 흔들리지 않고 힘을 얻겠지요.”

 

폭력 앞에 목숨 걸고 투쟁한 후꼬꾸, 덕부진흥 노동자들

 

정경원(노동자역사 한내 연구위원)

 

 

후꼬꾸노조, 덕부진흥노조는 안산 반월공단에서 노동조합 탄탄하기로 알려진 곳이었다. 후꼬꾸노조는 조합원 160여 명, 덕부진흥노조는 조합원 380여 명이 중견사업장이었다

후꼬꾸노조 

후꼬꾸노조 투쟁은 1996517일 임단투 후 작성한 노사합의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직제개편을 시도하면서 시작되었다. 사측은 노조와의 합의를 어기고 작업 팀, 반장을 늘려 노동강도와 노동통제를 강화시키려 하였다. 자본의 경영합리화 전략이다. 노조는 이에 항의하였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쟁의발생결의를 하였다. 하지만 파업은 하지 않고 노사협의로 풀어보려 하였으나 결렬되었다.

회사는 99일 용역깡패 30명에게 작업복을 입힌 후 술에 취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했다. 현장을 감시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회사는 곧바로 징계 위원회를 열어 조합간부 4명을 해고했다. 이에 항의하는 노조간부를 징계위원회 석상에서 폭행했다. 용역깡패들은 사시미칼로 회를 뜬다.” 얼굴 가죽을 벗기겠다.“는 폭언도 퍼부었다. 후꼬꾸노조 이재형 교육부장과 이승환 편집부장이 폭행을 당했는데 안산경찰서와 검찰은 가해자는 놔두고 피해자인 간부들을 연행했다. 이들은 구속되어 19961018일부터 1213일까지 수원교도소에 있었다.

용역의 폭력은 계속되었다. 안산역 선전전 방해를 위한 집단폭행, 집회 방해를 위한 폭행, 조합원이 사진을 찍는다고 승용차로 추적까지 하며 끝내 폭행하기도 했다. 급기야 199716일 총파업투쟁에 나서는 조합원들을 무자비하게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용역들은 정문을 걸어 잠그고 조합 사무실로 가려는 해고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회사 측은 조합원들을 3층 탁구장에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감금하고 일을 시키지 않고 화장실 가는 것도 통제했다. 담장을 넘어 조합사무실로 들어간 해고자들이 회사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려 하자 수십 명의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쳤다. “내가 전과 12범인데,,, 한 번 맞좀 볼래?” 주먹이 날고 발길에 채였다. 코뼈가 주저앉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31명의 조합원이 전치 1-2주의 부상을 당했다.

<투쟁하는 후꼬꾸 노동자들​>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용역들은 스스로 자해를 했다. 고소고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용역이 조합원을 고소고발, 입건된 인원만 100명이 넘었다. 경찰은 진상규명이나 책임을 회피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회사는 15명을 부당해고 하고 조합원을 징계했다. 노조 윤동만 위원장은 716일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했다.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단식농성, 일본 원정투쟁 등을 줄기차게 벌였다.

  

덕부진흥노조

용역이 현장에 상주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탄압하는 후꼬꾸의 방식은 덕부진흥으로 퍼져나갔다. 덕부진흥은 노동법개정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노조간부 6명을 19972월에 해고했다. 그 무렵 천안으로 공장을 이전하며, 많은 인원을 정리해고 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던 중 노조는 회사측 비밀 문서를 입수하게 된다. 사장이 직접 경찰, 검찰, 노동부 등 관공서장과 사전회합을 한 후 협조를 구하고 노동조합부터 와해시키고 조합원 380명 중에 125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노조가 이에 대응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대처 방안 시나리오가 짜여 있었다. 잔업 거부 시 물량대응방안, 노조 대응에 대한 이론 전개 방안, 노동부 및 경찰 등에 대한 협조 방안 등. 노조의 항의에 회사는 용역 폭력으로 답했다. “다음엔 덕부진흥이야라고 후꼬꾸에서 떠들던 용역 깡패들이 덕부진흥을 피로 물들였다.

<노조가 입수한 덕부진흥 정리해고 관련 대응 계획 문서>​

 

 

뿌리깊은 용역 

한국후꼬꾸와 덕부진행에 폭행을 자행하며 노조를 탄압한 용역회사는 허가도 없는 불법 용역업체였다. 이를 노조에서 문제를 폭로하고 사회문제로 되자 서울경찰청은 199781일자로 용역업체 허가를 내줬다.

1997108일에 열린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불법 용역경비업체의 관리 문제>가 다뤄졌다. 당시 서울경찰청에 등록한 용역경비업체 수는 975개 업체 중 52.2%에 달하는 509개 업체였다. 경비 총 인원 52,488명 중 62%32,561명이 서울청에 등록한 것이다. 안산공단에 불법용역업체가 회사와 용역경비계약을 맺고 노사분규에 개입해서 노조원을 폭행하고 사내출입을 방해하는 등 노조파괴업무를 주임무로 하고 회사의 생산라인을 장악하다가 불법용역업체임이 드러나자 서울에서 합법적인 업체로 등록했다. 주식회사 카머, 주식회사, 숭화, 주식회사 에이스노무관리인데, 카머는 1995년 안산공단 우신공업주식회사 노사분규에 개입한 업체다. 숭화는 한국후꼬꾸 사업장에 상주한 업체고 에이스노무관리는 19972월 덕부진흥에 투입해서 노조원과 충돌하고 현장에 상주한 업체다. 이러한 용역업체 대표는 또 다른 업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주인은 같은 사람임이 국감에서 조사에서 드러났다.

IMF이후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경우가 있었다. 덕부진흥은 현대모비스에 흡수되었다. 노조 파괴는 이러한 과정을 쉽게 하려는 사전정지작업이었다.

 

20년 전 안산에서 벌어진 용역깡패의 폭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상용자동차, SJM, 유성기업..... 이 사업장에서 벌어진 용역 폭력을 잊을 수 없다. ‘창조컨설팅이라는 업체도. 노동자가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여전하다. 당시 폭력 앞에 저항했던 노동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덕부진흥과 후꼬꾸의 탄압은 단위노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회사와 노동조합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류입니다. 탄압의 양상을 볼 때 회사만의 힘으로 이러한 치밀한 탄압을 할 수 없습니다. 자본과 정권이 나서 탄탄한 중소사업장부터 경영합리화 전략과 함께 노동조합의 씨를 말리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탄압의 성격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끊임없는 연대투쟁으로 사회쟁점화 시켜야 합니다. 현재의 노동법개정투쟁, 이후 계속되는 투쟁 속에서 전국적인 연대투쟁을 벌여내면서 정치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탄압 사업장에서는 해고자를 중심으로 투쟁을 벌여나가면서 끊임없이 들썩거리고 압박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 조합원들도 흔들리지 않고 힘을 얻겠지요.”

 

<참조> 서울지하철노조 승무지부, [새벽열차] 1997.3.;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민주노조 탄압과 투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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