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를 기록하다 10 노동운동 사진 수집과 [알기] 정경원(노동자역사 한내 사무처장) 노동운동진영의 사진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부터 남아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이전 사진은 주로 언론사 취재용 사진이다. 사진작가가 촬영한 것들도 많지 않다. 한내가 소장하고 있던 사진은 전노협 편집실이 전국노동자신문 발행을 위해 제공받거나 촬영한 것, 각 부서 활동 과정을 기록한 사진들이었다. 당시는 ‘똑딱이’ 카메라로 찍었는데 카메라가 그리 좋지도 못했고 전문 사진가가 찍은 것들이 아니라 어둡거나 흔들리거나 구도가 적절치 않은 사진들이 많다. 그래도 전노협의 일상, 현장의 일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치있고 정감도 있는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을 2년에 걸쳐 스캔했다. 김종익 님이 자원봉사로. 천천히. 한내는 한발 더 나가 80년대 후반 활동했던 사진작가들을 수소문해서 만나보았다. 대표적인 사진그룹은 사회사진연구소(사사연)였다. 사사연은 사진집을 여럿 내기도 했다. 사사연의 이기원, 이영호 님을 만나 기록으로 남은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투쟁현장을 뛰어다니며 기록을 남기고 현장 노동자들을 모아 사진반을 만들어 노동조합 활동을 일상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노조에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팀이 생겨났다. 90년대 초까지 활동을 이어갔지만 여러 이유로 사사연은 해산하였고 현장의 사진팀들도 활동이 뜸해졌다. “필름 구입, 현상 등에 들어간 비용만 따져도 집 한 채는 된다”는 말씀으로 유추해보건데 경제난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투쟁하느라 바빴을 노동조합이 단체의 어려움을 헤아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영호 작가님은 그 사진들 중 전노협 활동과 관련한 귀한 장면들을 담은 사진을 제공해 주었고 2015년 발간한 [알기]에 담겼다, 또 한 분을 만났다. 전노협백서를 함께 만들었던 이상호 님이 노동해방문학에 실린 사진을 찍은 이를 소개했다. 장완진. 머리띠를 묶으며 전진하는 노동자, 만세대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모습 등 ‘아, 이 사진!’이라 할만한 것들을 남긴 동지였다. 수원 모처에서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었다. 노동해방문학 사진담당으로 촬영을 한 다음엔 현상을 위해 성균관대학교 교지편집실에 가서 밤을 새곤 했단다. 학생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촬영한 사진 필름을 제공해 주었고 한내는 필름스캐너를 구입해 이를 스캔했다. 이 또한 [알기]에 담겼다. 사진을 선정하고 스캔하는 일은 장경민, 이정원이 했다. 3년 이상 걸렸다. 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역사 [알기]를 만들기로 하고 신동준, 이정원, 이정민의 사진을 제공받았다. 지금은 우리 곁은 떠난 이정원은 자신이 촬영한 모든 사진을 한내에 기증했고 분류정리까지 직접 했다. 그리고 [알기]를 위한 사진 선정도 맡아 했다. [알기]를 만들면서 “외국에서 한국 노동운동을 보고싶어 하는 이들에게 자신있게 이 책을 내밀자, 신입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관해 묻거든 이 책을 내밀자, 조합원들이 사진을 넘겨보며 투쟁의 기억을 상기하게 하자, 민주노총 조직들이 다 소장하게 하자” 이런 얘기를 했다. 하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도 한내 대표는 사진을 스캔하고 있다. |